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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화

“걱정하지 말아요. 쓸데없는 생각 안 하니까. 지금은 우리 아버지 말고는 다른 생각할 틈도 없어요.” 여름이 담담히 말을 끊었다. 하준은 여름이 백지안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여름은 하준의 마음속에 얼마나 백지안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지 잘 알았다. ‘그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데…. 이제는 미워해 봐야 소용도 없어. 산 사람은 영원히 죽은 사람과는 다툴 수도 없잖아.’ “…뭐, 그러면 다행이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하준의 마음은 무거웠다. 여름이 오해할까 봐 걱정되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또 불편했다. ‘쓸데없는 생각을 안 한다니, 날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하준은 여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속에서 초조한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나가서 담배를 피웠다. 30분쯤 지나서 돌아와 보니 여름이 서경주에게 물을 먹이다가 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돌아보다가 눈을 마주치니 시선을 돌렸다. 하준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30분씩이나 나가 있어도 뭘 하고 왔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왜 이렇게 쌀쌀맞지?’ 그러나 서경주의 상태를 보니 지금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닌 듯했다. 그래서 헛기침하고는 먼저 말을 걸었다. “방금 주혁이한테 말 넣어 놨어. 간병인 붙여서 아버님 좀 봐달라고 부탁했어. 그리고 해외 권위 있는 해당 분야 전문가랑 상의도 해볼 거야….” ****** “고마워요.” 여름이 진심으로 인사했다. “고맙기는, 내 아내인데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 걸.” 여름이 너무 격식을 차리니 섭섭한 듯 하준이 부루퉁했다. “그나저나 위자영이 의심스러워서 그렇게 아버님 간병 직접하겠다고 고집부린 겁니까?” “네. 아버지가 나에게 주식 양도하려는 걸 알았던 것 같아요. 위자영처럼 이기적인 사람이 뒤에 위지웅 같은 사람까지 끼고 있으면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거든요.” “확실히 그렇지.” 하준이 동의했다. “이미 사고 원인은 사람 풀어서 조사해 보고 있어요.” 여름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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