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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화

“자, 앉읍시다.” 최하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여름을 끌어 자리에 앉혔다. 테이블에는 각종 과일과 디저트가 놓여 있었다. 여름은 앞에 놓인 잣을 몇 알 까다가 너무 귀찮아서 곧 포기해버렸다. 최하준이 그 모습을 보고는 대신 까서 그녀 앞에 놓아주었다. 그 세심한 배려에 여름은 마음속까지 달콤해지는 기분이었다. “여름 씨….” 갑자기 양유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름이 고개를 들어보니 흰색 바지에 남색 상의를 걸친 댄디한 모습의 양유진이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눈빛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한 발짝 다가선 양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여름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하준이 바로 그 손을 잡아 저지하더니 여름을 안으며 짙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뭡니까? 사람들 다 보는 데서 남의 와이프에게 집적거리다니?” “최하준, 이제 옛날의 당신이 아닐 텐데. 내가 곧 여름 씨를 되찾아 올 거니까 두고 보시지. 여름 씨에게 당신은 어울리지 않아.” 양유진은 이렇게 경고하고는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름에게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여름 씨.” “여긴 어떻게 왔어요?” 이 두 남자 때문에 골치가 아파서 여름은 화제를 돌리려 했다. “최근에 추신과 합작 건이 있어서요.” 때마침, 추성호의 비서가 반갑게 걸어왔다. “양 회장님, 앞쪽에 자리 준비해 놓았습니다. 여긴 VIP석이 아닙니다.” “그래요? 하지만 여기 최하준 회장이….” 양유진은 최하준에게 이를 갈아온 지 오래였다. 드디어 보복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회장은요, 무슨… 어디 우리 추 대표님 뒤꿈치나 따라오겠어요?” 비서는 비웃으며 양유진을 데리고 앞으로 갔다. “여름 씨, 나랑 같이 안 갈래요?” 양유진이 여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사람들 모두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얼굴도 다 망가진 여자를 두고 이렇게 잘생긴 남자 둘이 싸우고 있다니, 부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여름은 난감할 뿐이었다. “몇 번을 말합니까? 내 아내입니다.” 하준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불쾌한 기색이 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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