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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화

양유진은 점점 멀어져가는 여름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눈에 싸늘한 냉기가 가득했다. 이내 주먹을 꽉 쥐었다.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회사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참다 못한 양유진이 사무실 집기들을 모두 집어 던져 부숴버렸다. ‘띠리링’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짜증스럽게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댔다. “약혼녀가 다른 남자랑 잤으니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핸드폰 건너편에서 낮은 음성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 누구야?” 양유진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당신 신장이 멀쩡하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일부러 강여름 씨를 속여서 묶어두려고 한 거죠? 강여름 씨 태생을 진작에 알면서 벨레스 집안을 등에 업고 출세 한번 해보려고…” “닥쳐!” 양유진이 더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까발려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섬찟했다. “내가 당신 복수를 도울 수 있다면… 조금 구미가 당깁니까?” 낮은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거기다 진영그룹을 최정상에 올려주고 당신이 아끼는 여자가 다시 돌아오도록 해 준다면? 어떻습니까? 해 볼만 하지 않습니까? 내가 하라는 데로 하기만 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뭘 어쩌겠다는 거요?” 양유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신은 알 필요 없습니다.” 양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하지.” ‘놈을 짓밟고 올라가 최하준 그 놈에게 오늘의 치욕을 되갚아 주겠어.' 핸드폰이 꺼지자, 온화하고 점잖았던 양유진의 얼굴은 점점 흉악하고 악랄하게 일그러졌다. ****** 오후 다섯 시. FTT 임원 하나가 하준의 사무실에서 해외 지사 상황에 대해 열띤 보고를 하고 있었다. 상혁이 노크를 하고 들어와 미묘한 표정으로 소식을 알렸다. “부회장님이 오셨습니다. 위로 올라가서 뵙는 게 좋겠습니다.” ‘부회장? 어머니?’ 같이 있던 임원도 흠칫 놀랐다. 최란은 남편과 함께 해외에 오랫동안 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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