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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화

‘아마도, 우리 사이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겠지.’ 애초에 지저분한 목적으로 그에게 접근했었고, 나중에는 감옥에서 나오기 위해 거짓말에 거짓말이 더해졌다. 이제 그 거짓이 다 드러났고 두 사람 사이의 감정도 거품처럼 그대로 터져버렸다. ****** 밤새 잠을 못 잔 여름은 아침 일찍 일어나 하준의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아마 이것은 여름이 그를 위해 준비하는 마지막 아침이 될 것이다. “아유,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겨우 6시 반인데.” 임옥희가 하품하며 주방으로 들어오다가 여름의 창백한 안색을 보고 흠칫 놀랐다. “어젯밤에 잠 못 잤어요? 얼굴이 너무 안 좋네요.” “이모님, 어젯밤에 식단을 적어봤어요.” 여름이 노트를 건넸다. “하준 씨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에요.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라 이제 이모님께서 수고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어머, 무슨 뜻이에요?” 임옥희가 깜짝 놀랐다. 최근에 두 사람이 싸우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부부싸움 칼로 물베기지’ 하고 있었다. “아이고, 도로 가져가요. 선생님은 여름 씨가 한 것만 좋아하지 내가 한 건 건드리지도 않는다고요.” “앞으로… 앞으로라는 게 없을 거예요, 이제.” 여름이 힘없이 웃었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더 머물 수 있다는 기대는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말해도 믿지 않겠지. 자기 배경 때문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더군다나 두 사람 사이는 이미 신뢰가 깨져 있었다. 계속 함께한다고 행복해질 리도 없었다. “아이고, 그런 소리 말아요, 부정 타게.” 임옥희는 끝까지 거부하더니 나가버렸다. 여름은 하는 수 없이 조리대 위에 두었다. 아주머니가 볼 거라 믿었다. 오늘 아침은 공을 많이 들였다. 손수 만든 겉절이에 미역국, 명란 계란말이, 조기구이…. 두 사람이 동거를 시작하고 처음 준비했던 메뉴와 비슷했다. 8시가 되자 하준이 위층에서 내려왔다. 검은 팬츠에 검은 터틀넥 니트를 받쳐입고 있었다. 늘 이런 식이었다. 아무 옷이나 걸쳐 입어도 워낙 핏이 좋다 보니 모델처럼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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