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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화

”왜 그러는 거야? 네가 오라 그래 놓고.” 송영식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좀 내버려 둬.” 하준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헐, 이건 대체 무슨 경우야? 이 녀석 강여름 씨랑 사귄 뒤로 갈수록 이상해지네. 그렇게 맘에 안 들면 그냥 헤어….” “한 번 더 말해 봐.” 하준이 싸늘하게 쏘아봤다. 송영식은 그냥 입을 닫았다. 이주혁이 담뱃재를 털며 말했다. “정말 좋아하는 거냐?” “설마.” 송영식이 눈을 찌푸렸다. “너 지안이밖에….” 순간 담배를 쥐고 있던 최하준의 손이 정지했다. 이주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야, 지안이 떠난 지가 언젠데, 최하준이가 평생 과거만 붙들고 살 수는 없잖아.” 송영식은 어두운 얼굴로 술을 들이켰다. 최하준은 고개를 숙인 채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 여름이 이틀 동안 수소문 끝에 정호중의 주소를 알아내고 보니 주소지가 해주였다. 결국 오전 비행기를 타고 해주로 갔다. 집 정문에 도착하니 경비원이 문을 열며 물었다. “약속하셨습니까?” “그건 아니지만 정 선생님께 좀 전해주시겠어요? 강신희 씨 딸이라고.” 의심의 눈초리로 그녀를 쳐다보던 경비가 내선 전화를 걸어 답을 듣더니 극도로 공손하게 문을 열어 여름을 들여보냈다. “들어가시죠.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여름은 안으로 들어갔다. 정호중이 육칠십은 된 어르신일 거라 생각했던 여름은 소파 위에 앉아 있는 중년 남성을 보고 살짝 놀랐다. 사십 대 정도로 보이는 이 사람은 눈가에 주름이 약간 있긴 했지만 중후함이 넘쳤고 젊은 시절엔 꽤 잘생겼었을 거란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저… 정 선생님이신가요?” 그녀를 한참 보던 정호중의 눈빛은 추억에 잠긴 듯했다. “눈 깜짝할 새 20년이 흘렀구나. 꼬맹이가 이렇게 크다니. 정말 엄마를 똑 닮았구나.” “저희 어머니께 도움을 좀 받으셨다고 들었어요.” “그래. 지금은 이렇게 잘 살지만, 예전엔 빈털터리에 빚더미에까지 앉았었지. 정말 운 좋게도 너희 어머니 덕에 지금 이만큼 살게 되었단다.” 과거 이야기를 하는 정호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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