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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화

“…….” 여름은 원래 눈 좀 붙일 생각이었으나 이모님 말에 닭살이 돋아 잠이 확 깼다. ‘울 애기는 무슨….’ 하지만 최하준이 자신에게 관심 갖고 있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을 준다는 느낌은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었다. “다음에는 집에 안 들어올 상황이면 선생님께 분명하게 얘기해요. 안 그럼 이상한 생각한다고요.” “네.” 여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제도 강여경에게 당할 뻔했다. 앞으로 더욱 조심해야만 했다. 누군가가 구하러 와주는 행운이 늘 따르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최하준이 한밤중에 도와줄 굉장한 실력자까지 붙여줬었는데 설계도가 넘어간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아, 이모님, 어제 아침 서재에서 나오는 사람 보셨어요? 남자예요, 여자예요? 나이가 어느 정도 돼 보였어요?” 그 정도 설계도를 그리려면 아무리 난다 긴다 하는 인물이어도 밤새 작업해야 했을 거고 분명 아침에 떠났을 거라고 여름은 생각했다. 이모님은어리둥절했다. “어제 아무도 안 왔을 텐데요? 아침 6시에 일어났을 때는 변호사님께서 서재에서 나오셨지요.” “그럼 차가 떠나거나 들어오는 소리는요?” “없었어요, 확실해요. 내가 이제 나이가 들어서 깊이 못 자거든요. 밖에 누가 왔으면 단박에 알죠.” 이모님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여름은 완전히 멍해졌다. 어제 새벽 집에 온 사람이 없다면 자신에게 설계 도면을 그려준 사람은 최하준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어떻게 설계도를 그린단 말인가? 보통 내공의 솜씨가 아니었는데! 게다가, 하준은 지금 왼손밖에 쓸 수 없지 않은가? 왼손도 잘 못 써서 밥도 자신이 먹여주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 분명 속은 거다. 예전 같으면 아마 고민하고 괴로워했을 테지만, 지금은 생각할수록 어쩐지 달달했다. ‘그 사람이 이렇게 연기를 잘할 줄은 몰랐네. 시중들어주고 밥 먹여주는 게 그렇게 좋았으면 그냥 말을 하지, 어린애도 아니고, 나 참.’ “사모님, 왜 그러세요?” 이모님은 여름이 눈을 찌푸리다가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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