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0화
최란과 한병후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다가 최란이 여름에게 다가갔다.
“하준이의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 어쩌면 평생…”
“그런 약한 말씀하지 마세요.”
여름이 최란의 말을 끊었다. 사실 여름도 막막하기야 매한가지였다.
하준은 머리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오류 난 것과 비슷한 상태였다. 지능은 퇴화했지만 이주혁이 최선을 다하겠다고는 했지만 치료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은 여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쉽게 치료될 것 같았으면 하준은 진작에 그간에 혼란된 기억을 복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최란이 괴로운 듯 여름을 바라보았다.
“너랑 하준이가 그 많은 일을 다 겪고 여기까지 오기도 쉽지 않았지. 그래서 난 너희들이 잘 지내고 아이까지 생겨서 너무나 기뻤단다. 하지만 지금은 너희들이 재혼을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사귀긴 했어도 하준이가 네 남편도 아니고, 너도 하준이 아내가 아니다. 저렇게 된 하준이를 돌보는 것은 이제 부모 된 우리의 몫이다. 네 의무가 아니라.”
“무슨 말씀이세요?”
여름이 입을 열었다. 물론 그런 말을 하리라는 예상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너도 지쳤을 텐데 떠나고 싶다면 언제든 떠나도 좋다. 아무도 너에게 하준이를 돌보라는 소리는 하지 않을 거다. 저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모르잖니? 몇 년이 될 수도 있고 평생 저렇게 지낼 수도 있다.”
그러게 말하면서 최란은 고개를 숙여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넌 아직 한창 나이가 아니냐?”
“그런 말씀 마세요. 저렇게 됐다고 하준 씨를 떠나지는 않을 거예요. 너도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못 가요. 남아서 함께하겠습니다.”
우유를 마시는 하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은 지능이 떨어졌다고 해도 다시 좋아질지도 모르잖아요? 다시 회복할 수 있든 아니든 하준 씨가 다시 날 사랑하게 만들겠어요. 노력을 해서도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후회하지는 않을 겁니다.”
최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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