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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2화

강여경이 끄덕이며 대범하게 말했다. “전에는 마음이 너무 괴로웠는데 이제는 다 털어버렸어요. 난 엄마만 있으면 돼요. 아저씨도 엄마가 아버지를 만나는 걸 바라지 않으실 거예요. 아저씨가 엄마한테 그렇게 잘 해주시는데 두 분이 계속 사이가 좋으셨으면 해요. 아버지가 여름이를 딸로 생각해도 상관없어요. 어쨌든 여름이한테는 내가 복수할 테니까요. 아버지한테 사과를 받을 생각은 없어요. 그래봐야 그걸 핑계로 더 질척거리기나 하겠죠.” 강신희는 위안이 된다는 듯 끄덕였다. 강여경의 말을 들으니 또 서경주를 만나게 되어도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신희도 차진욱과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강신희는 보조석에 앉은 보디가드에게 말했다. “오늘 일은 회장님에게 굳이 말하지 말아요.” “알겠습니다.” 보디가드가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여경이 문득 입을 열었다. “엄마는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해도 아버지가 찾아보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엄마에게 아직도 옛정을 품고 있는 것 같던데…. 게다가 아버지는 나름 영향력있는 인사라고요. 혹시라도 조사를 하게 되면 아마도 좀 골치가 아파지지 않을까요? 아저씨 앞에 나타날 지도 모르고요. 사람을 시켜서 도로와 쇼핑몰의 CCTV 녹화 기록을 삭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강신희는 질투가 심한 차진욱의 성격을 떠올리고는 강여경의 말에 동의했다. 바로 보디가드에게 오늘 쇼핑몰과 인근의 CCTV 기록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 한편 서경주는 멍한 채로 차에 탔다. 기사가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아까 가신다던 창고 시찰 가시겠습니까?” “아니, 다음에 갑시다.” 서경주는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고 여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니? -화신 와 있어요. -저녁에 집으로 좀 오렴. 할 얘기가 있다.” 서경주가 이토록 심각한 어조로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던 여름은 일을 마치자마자 벨레스로 서둘러 갔다. 널찍한 거실, 소파에 앉은 서경주는 손에 사진 한 장을 들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어찌나 집중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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