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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다시 앞으로 돌아와 얼굴을 닦으려고 할 때 두 눈이 마주쳤다. 최하준의 눈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여름의 얼굴도 빨개졌다. 서둘러 눈을 내리깔았지만, 자신의 그런 모습이 얼마나 많은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최하준은 머리 속에 팽팽했던 한 줄기 줄이 끊어진 것 같았다. 돌연 여름의 허리를 잡고 물었다. “그거, 끝났습니까?” 여름은 머리가 멍해져서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곧, 여름의 몸이 들어 올려졌다. “뭐 하는 거예요?” 여름이 놀라서 최하준의 목을 껴안았다. “강여름 씨, 당신 유혹 기술이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군요.” 최하준은 여름을 안고 위층 침실로 갔다. 여름은 미칠 것 같았다. ‘내가 언제 유혹했냐고, 저기요, 당신이 나더러 닦으라 그래 놓고. 자제력 갑인 사람 아니었어? 언제는 역겹다며?” 침대에 던져질 때까지 여름은 옴 몸이 떨렸다. 계약서에 사인한 날, 이런 날이 오게 되리란 걸 예상 못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겁났다. 지난번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있었다. 최하준이 그녀의 코끝을 손끝으로 꼬집었다. 뭘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 “잠깐만요.” 여름이 최하준의 가슴을 밀어냈다. 눈가가 빨겠다. 원망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쭌, 우리 이러면 안 돼요. 난 당신과 어울리지 않아요.” “주제 파악이 빠르군요.” 최하준이 주춤하더니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말문이 막힌 여름은 억지로 계속 괴로운 척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제 알아버려서…. 당신은 정상급 변호사고 나는 빽 없는 일개 디자이너잖아요. 이렇게 평범한 내가 신계에 있는 거나 다름없는 당신을 잡고 늘어지는 건 신성 모독 같은 거죠.” “내 침대에 올라오지 못해 안달 아니었습니까?” “…….” ‘그땐 한선우 외삼촌인 줄 알고 그랬지.’ 하지만 사실을 얘기할 순 없었다. “그땐 뭘 잘 몰라서, 당신 몸을 차지하면 마음도 차지하게 될 줄 알았죠. 나중에야 틀렸단 걸 깨달았어요.” “틀렸습니다.” 최하준은 여름의 턱을 쓰다듬더니 그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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