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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3화

당시 하준이 못된 짓을 시행하려고 했을 때 여름은 잘린 손가락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고 경고했었다. 그런데도 하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백지안에게 이용당한 것이라고는 해도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하준은 무한한 죄책감을 느끼고는 했다. ****** 하준의 본가. 야심한 밤. 하준은 잠들지 못했다. 한참을 가만히 창가에 서있다가 마침내 칼을 들어 내리쳤다. 이주혁은 자다 말고 긴급 호출을 받고 벌떡 일어나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하준의 치료는 일단 끝나있었다. 이주혁은 사라진 하준의 손가락 자리를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다. “야, 정신 나갔냐?” “그냥 손가락이잖아. 손도 아니고.” 하준이 핏기 없는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이젠 빚진 거 없어서 다행이야. 이제 나랑 여름이 사이에 있던 묘한 장벽도 사라질 거야.” “미쳤네, 미쳤어.” 이주혁이 화를 냈다. “이래서 내가 사랑이 싫은 거야. 너나 영식이나 사랑에 빠졌다 하면 미친다니까? 안 그래도 하나 입원시켜놓고 정신 없어 죽겠는데 너까지….” “넌 몰라. 사랑이라는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돈 수천억 버는 것보다 달콤할 때가 있다고.” 하준이 담담히 웃었다. “손가락 하나를 잃고 완전한 사랑을 얻을 수 있다면 난 얼마든지 희생할 가치가 있다고 봐. 그리고 남에게 빚지고는 못살겠단 말이야.” 이주혁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다. 갑자기 병사에 털썩 주저 앉는데 약간 정신이 멍해 보였다. “하준아, 넌 죽은 사람이 꿈에 나와서 뭘 부탁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냐?” 하준은 어리둥절했다. “글쎄? 왜?” 이주혁은 오늘 원연수를 만났던 일을 간단하게 말했다. “그 말이 진짜가 아니라면 원연수가 소영이 어머님 유골이 바꿔치기 당한 일은 어떻게 알았고, 뭐 한다고 소영이 아버님 유골을 몰래 파서 이장했겠냐?” 하준은 살짝 놀라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뭐, 이 넓은 세상에 별별 일이 다 벌어질 수 있겠지. 그러니 백지영이 세상을 떠났다면 원연수가 하는 말은 진실이 아닐까? 현몽이 아주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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