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5화
최란의 처지는 여름도 들어서 알았다.
여름은 운이 좋아서 한선우가 최후의 경고를 해주었고, 서도윤이 그것을 알려 주었지만, 하마터면 최란의 뒤를 따를 뻔했다.
“엄마, 우리랑 그림 그릴래요?”
여울이 크레파스를 가지고 와서 여름에게 매달렸다.
여름의 주의력이 바로 아이들에게로 옮아갔다.
여름이 있으니 아이들이 밥도 얌전히 잘 먹었다.
식사가 끝나자 아이들은 여름을 끌고 축구를 하자고 했다.
놀다가 놀다가 결국 여름은 지쳐서 나가 떨어져서 하준이 놀아주고 여름은 옆에서 보고 있었다.
최란이 다가와서 마당에서 노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
“애들이 너무나 신나게 노는구나. 아이들이 서서히 하준이를 아빠로 받아들이는 것 같더구나. 꽤나 냉랭하던 하늘이 마저도.”
여름은 입술을 축였다.
“무슨 말씀이시죠?”
“내 말은… 하준이에게 기회를 한 번만 달라는 거지.”
최란이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
“하준이와 네가 지금 이 지경이 된 데는 어머니인내 책임이 크다. 내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서 하준이를 세심하게 돌보지 못했지. 그래서 결국 하준이가 사랑에 목마르게 되었고 그 힘든 시간에 백지안이 나타났어. 그러니 하준이는 그 얘를 자기 삶이 빛으로 여겼던 게야. 하지만 하준이도 나도 우리 주변에 뭔가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게지.”
여름은 흠칫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알아봤더니 하준이가 어려서 한 달 정도 정신병원에 입원했었는데 백지안도 곧 입원을 했거든. 들어보니 어머니를 잃은 충격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스스로 입원 치료를 원했다고 하더구나. 병원에 있던 숱한 애들 중에 백지안은 굳이 하준이만 찾아서 놀고는 했다더라….”
여름은 완전히 깜짝 놀랐다.
“그러니까 백지안이 하준 씨가 입원한 걸 알고 일부러 같이 들어가서 접근했다는 말씀인가요? 그럴 수가 있나요? 그때는 백지안도 그냥 어린애였을 뿐인데….”
최란이 고개를 저었다.
“당시 백지안은 동생까지 생겨 버리니 가족들의 주의력이 동생에게로 향했으니 뭔가 믿을만한 구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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