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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화

육미관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양유진이 전화를 걸었다. “여름 씨, 오늘은 일찍 퇴근했어요. 같이 하늘이 데리러 가죠.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네요. 저녁 먹고 애들이랑 실내 놀이터 가요.” 여름은 머리가 쭈뼛 섰다. 전수현의 몸에서 내려오자마자 자신에게 듣기 좋은 소리를 하려고 전화를 하다니, 얼마나 위선적인가? “오늘은 어려워요. 최하준이 아이들 데리고 본가에 간다고 했거든요.” “아이들을 그냥 그 집에 보낼 셈이에요?” 양유진이 실망한 듯 물었다. “왜요? 최하준이 애들에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애들이 보고 싶어하니 굳이 막고 싶지는 않아요.” 여름이 일부러 한숨을 쉬는 척했다. “그러면 우리 영화나 보러 가요.” 양유진이 적극적으로 물었다. 아마도 오늘 여름이 먼저 밀크티를 가지고 찾아갔던 것을 다시 자신과의 결혼 생활을 잘 이어가 보겠다는 의지로 여긴 모양이었다. “그래요.” 여름이 동의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지.’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양유진이 전화를 끊고는 음산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잠시 후 양유진은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하준이 오늘 아이들을 데리고 유치원에서 돌아간다. 가서 맛 좀 보여줘.” ‘엘리베이터 추락에서도 살아남다니 정말 목숨줄이 질긴 놈이라니까. 그렇다면 놈이 가장 아끼는 것을 빼앗아야지. 인간을 죽이려면 먼저 놈의 심장부터 찌르는 거야. 어디 앞으로 또 강여름을 건드릴 수 있는지 보자. 이런 대가를 치르고도 건드릴 수 있는지 말이야. 애새끼들이야 그렇게 내가 비위를 맞춰주고 했는데도 결국은 최하준의 새끼들이라고 보고 싶다고 했으니 날 탓하면 안 된다고.’ ****** 오후 5시. 하준이 아이들을 받아서 본가로 출발했다. “아빠, 딸기 케이크 먹고 싶어. 그 가게 맛있던데. 전에 엄마가 케이크 사줬던 데.” “안 돼. 거기는 주차가 안 된단 말이야.” 골치 아픈 하준이 말했다. “아 몰라, 나는 먹고 싶다고.” 여울이 입을 비죽거리며 훌쩍거렸다. 하준은 할 수 없이 길가에 차를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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