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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3화

여름은 일부러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떻게 알았어?” 하준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심장이 찢어지는 듯했다. 여름이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는 사실보다도 양유진과의 사이에 그렇게 큰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훨씬 충격이었다. “아니야. 거짓말이라고 해. 당신은 지금 내게 거짓말하고 있어.” 하준은 미친 듯 달려들어 여름의 어깨를 꽉 잡고 힘껏 흔들었다. 고통에 두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당신이 낳았다면 내 아이겠지, 아니야? 당신은 3년 전에 죽음까지고 꾸며냈던 사람이야.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도 원래 유산되지 않았던 거지? 그 아이는 내 아이잖아?” 하준의 고함소리에 여름은 심장이 덜덜 떨렸다. 눈물을 철철 흘리는 하준의 모습을 보니 누군가가 심장을 꽉 움켜쥔 듯 아팠다. 한참 만에야 여름은 어렵사리 입을 열어 비웃음을 흘렸다. “잊어버렸나 본데. 우리 아이는 당신 손에 사라졌잖아. 그날 얼마나 출혈이 있었는지 기억 안 나?” 하준은 멍해졌다. 팔 전체가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몸은 기둥처럼 꼼짝 않았다. ‘그래.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 아이는 내 손에 사라져갔지. 놓쳐 버렸어. 아껴주지 않아서 여름이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거야.’ 두 줄기 눈물이 다시 하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침내 하준은 ‘심장이 산산조각 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절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어렵사리 찾아낸 눈곱만한 희망이 무참하게 짓밟혀 버렸다. 하준의 눈에서 서서히 빛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여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이거야, 최하준. 이제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다시는 달라붙지 마.’ 여름은 두려웠다. 이렇게 하준과 계속 얽히다가는 완전히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하는 신세가 될 것만 같았다. 이제 여름은 더 이상 양유진을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하준을 상처 줄 수밖에 없다. ****** 마침내 하준은 돌아갔다. 비틀비틀 여름의 사무실에서 걸어 나가는 하준은 인사도 할 정신이 없었다. 여름은 창가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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