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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8화

“추신은 이미 랜들을 잡았으면서도 만족을 모르는군.” 하준이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한도 끝도 몰라.” “국내 선두 기업이 되었으므로 이제는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모양입니다.” 상혁이 덧붙였다. 하준은 갑자기 입을 다물고 마땅찮은 눈으로 상혁을 바라보았다. “제, 제가 뭐 잘못 말씀드렸나요?” 하준의 시선에 상혁이 불안한 듯 말했다. “자네는 내 곁에서 가장 밀접하게 붙어 있었던 친구 아닌가? 내가 어딜 가든 따라다녔지. 그러니 누구보다도 날 잘 알지.” 하준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숨 막힐 듯 싸늘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3년 전에 내가 갑자기 변한 걸 몰랐어?” 순간 상혁의 동공이 흔들렸다. 하준은 그 미세한 떨림을 놓치지 않고 담아주었다. “무…무슨 변화 말씀입니까? 내내 이러셨잖아요?” 상혁은 곧 침착하게 대답했다. “김 실장, 내가 자네를 믿어도 되겠어?” 하준이 일어섰다. “우리가 고용관계로 얽힌 사이라고 하지만 요즘 우리 회사에서는 중역들도 하나둘씩 사표를 던지고 나갔지. 비서실에서도 그만둔 직원들이 있잖나? 그런데 자네는 그만둘 생각을 안 해봤어?” 상혁은 흠칫 놀라더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열네 살에 처음 회장님을 만났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때 저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재혼을 한 뒤로는 절 돌보지 않으셨죠. 학비도 안 대주고 매일 맞기만 했습니다. 앞날이 캄캄하던 절 회장님이 나타나서 구해주셨습니다. 학비도 대주시고 책값도 대 주셨어요. 이후로 저는 생 회장님을 따르기로 결심했습니다. 게다가 졸업하고 나서 경영 쪽에 그렇게 재능이 있지도 않았던 저를 일일이 가르쳐주면서 일을 시키셨습니다. 그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합니다. 평생 회장님과 함께할 겁니다.” “평생을 함께한다고?” 하준이 자조적으로 웃었다. “내가 이렇게 망해가고 있는데도 말인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회장님을 몰라도 저는 회장님이 얼마나 능력 있는 분인지 잘 압니다.” 상혁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FTT의 회장님이 아니시더라도 변호사가 되셔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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