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3화
“그러면 저랑 여름이랑… 부부관계도 좋았을까요?”
하준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지금 자기 기억 속에는 여름이 너무 미워서 다가오거나 손대는 것조차 징그러웠다. 심지어 여름이 자신이 술에 취했을 때를 틈타서 임신을 했다고 생각했다.
임옥희의 볼이 화끈 달아올랐다.
“아이고, 그럼요. 뜨거웠죠. 사모님이랑 입 맞출 때마다 얼마나 좋아하셨다고요. 한 번은 변호사님이 다치셨었는데 사모님에게 뽀뽀를 해줘야 안 아프다고 거짓말까지 하셨다니까요. 사모님은 안 믿었지만…. 보는 제가 다 부끄러웠어요.”
“고맙습니다….”
하준은 한창 감상적인 기분이 된 채로 임옥희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임옥희가 해준 말은 전혀 기억이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훈이 했던 얘기처럼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저 자기가 강여름이라는 사람을 너무나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을 뿐.
머릿속에는 그저 강여름과 관련된 나쁜 기억만 남아있었다.
‘어쩐지 여름이가 다시 돌아왔을 때 먹어본 여름이 밥이 그렇게 맛있더라니. 이미 내가 뭘 좋아하는지 다 알고 있었던 거야.
잠자리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건 기가 막히게 안다 싶었어.
사랑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나 사랑하다가 잊었어.
잊어버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안이랑 사귀면서 여름이에게 이혼협의서에 사인하라고 압박하고 대외적으로 협의 이혼했다고 발표하라고까지 했어.
백지안은 그렇게 죽어라고 감싸고 보호하면서 여름이는 가둬놓고, 아이까지 잃게 만들고.
제일 친한 친구는 다치게 만들고, 아버님 병 치료를 걸고 여름이를 협박했었잖아.
그 모든 걸 딛고 여름이가 돌아왔었는데.
또 백지안 말만 듣고는 여름이의 보디가드를 해치고 또 가두어버릴 뻔했었네.
확실한 증거를 갖고 오지 않았더라면 난 아직까지도 여름이를 최고의 못된 인간으로 생각했을 거야.
난 여름이를 사랑할 자격이 없네.
그렇게 여러 번 심하게 상처를 준 걸로도 모자라서지난번에는 섬으로 끌고 갔잖아.’
두 눈에서 줄줄 쏟아지는 눈물을 컨트롤할 수가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 오듯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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