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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화

여울이가 잠들자 여름은 다시 휴대 전화를 들었다. 하준이 보낸 영상이 있었다. 헤드폰을 끼고 영상을 보았다. 얼굴이 온통 새빨갛게 달아올라 어째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불은 켜져 있지 않았지만 창 밖에서 들어오는 달빛이 비쳤다. 하준의 등이 보였다. 여름의 손은… 하준의 목에 꽉 감겨 있었다. 그리고 여름의 목소리는… 너무나…그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낸 그 날밤을 절망의 밤으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영상속의 여름과 하준은 너무나 뜨거운 연인이었다. 심지어 여름이 더 바라는 것 같았다. ‘유진 씨가 이 영상을 봤다고?’ 너무 부끄러워서 구멍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 잠시 후 진정하고 생각해 보니 자기 상대의 이런 영상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다. 여름이 돌아온 뒤에 양유진은 그 일에 관해서는 일언반구 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여름이 스스로 원했던 일이 아니면 상관없다고까지 말했었다. 이제 생각해보니 그런 모습은 너무 지나치다. 너무 대범해서 오히려 불안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니 자신이 양유진이었다면 아내가 신혼 첫날 밤 다른 남자와 그렇게 뜨거운 밤을 보낸 것을 알았다면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을 다 하며 증오심을 키웠을 것이다. 아니면 너무나 맹목적으로 사랑하니까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는 걸까? 후자라면 정말 여름에게는 행운이다. 그러나 전자라면…. 더운 날인데도 몸이 너무나 싸늘했다. ***** 다음날, 여름은 여울과 하늘을 데리고 내려갔다. 식당에서 양유진과 서경주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이 전면 창을 통해 들어와 양유진의 부드러운 얼굴에 떨어졌다. 여름은 막막한 기분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양유진이 부를 때까지…. “아침 먹어요.” 양유진이 일어나서 두 사람의 아침을 차렸다. 그리고 세심하게 하늘과 여울이가 좋아하는 메뉴를 차려주었다. 다정한 모습을 보니 여름은 혼란스러웠다. ‘그런 영상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여름은 화신으로 출근했다 오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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