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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화

“아니.” 여울이 말을 이었다. “요즘 이쪽 집에 맨날 나 혼자 있어. 증조할아버지가 못 걸어서 증조할머니는 병원에 있어. 증조할아버지 보러 간 적 있는데 엄청 불쌍해요. 그리고 윤형이 삼촌은 바보 됐어. 유치원 동생 반 애기 같아….” 여울은 말하다가 참지 못하고 울었다. “윤형이 삼촌도 불쌍해. 옛날에는 맨날 날 가지고 놀리고 귀 잡아당기고 그랬거든요? 그래도 뭐 사달라 그러면 다 사주고 그랬는데…” 여름은 입이 썼다. 딸의 울음소리를 들으니 당장 안아주고 싶었다. 아직 어린 아이가 아닌가…. 그러나 최양하가 없으니 여울을 만날 방법이 없었다. 이제 여울이랑 어쩌면 좋단 말인가.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계속 여울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여울이가 울먹이다 잠이 들 때까지 대화는 지속되었다. 여름은 혼이 쏙 빠졌다. **** 다음날, 아침이 밝자 여름은 최양하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아무리 수소문해도 소식이 없었다. 결국 여름은 FTT로 하준을 찾아갔다. 원래는 돌아온 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최하준을 만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제 발로 먼저 찾아가게 되다니 아이러니했다. FTT는 예전처럼 활기차지 않았다. 안내 데스크에는 아무도 없었다. 상자를 안고 나오는 직원들만 몇 명 보였다. 여름은 야구모자를 쓰고 있어 직원들이 알아보지 못했다. 다들 어두운 얼굴로 소곤소곤하고 있었다. “추신에서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오겠냐고 물어보는 거야.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 추신이 훨씬 전도유망한 것 같아.” “나한테도 전화 왔었어. 빨리 탈출하는 게 답이야. FTT에서는 이제 연말 보너스도 못 받을 거래. 우리 같은 기술직이 여기 남아서 뭐 하겠어?” “……” “거기 서.” 팀장이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뛰어나왔다. “내가 이직하도록 둘 것 같아? 이직을 하더라도 지금 하던 일은 마치고 인수인계 하고 나가.” “아유, 황 팀장님. 우리가 여기 왜 남아 있어요? 하루라도 빨리 새 직장 잡아서 떠나야죠. 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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