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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화

여름은 바로 육민관 일을 떠올리고 완전히 당황했다. “손가락을 잘랐어?” 하준은 어이가 없었다. ‘여름이 마음속에 나는 그저 사람 손가락이나 자르는 악마로구나.’ 하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여름은 완전히 화가 났다. “양하 씨는 회사 기밀을 유출하고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난 믿어.” “믿어?” 하준은 가슴에 왠지 모를 불길이 치솟는 것 같았다. 믿음은 하준과 여름 사이에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름은 지금 최양하를 믿는다고 말하고 있다. “너무 순진한 거 아닌가? 양하가 전에 당신을 한 번 구해준 적이 있다고 믿다니. 그 녀석은 추동현이 아들이야. 추동현은 우리 집에서 20년을 넘게 몸을 낮추고 살면서 기회를 엿봤어. 두 부자가 얼마나 음침한 것들인지 아나? 지금 내가 어떤 꼴이 됐는지 안 보여? 내가 그자를 믿은 결과 FTT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야.” “양하 씨는 추동현과는 다르다고 믿어요.” 여름은 결연했다. 지금까지 아무도 최양하를 안 믿어 줬는지 몰라도 여름은 절대 최양하가 그런 수단을 쓸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해외에서 떠도는 동안 최양하는 물심양면으로 여름을 도와주었다. 물론 일전에 여름을 이용해 먹은 일로 양심의 가책을 느껴 그랬다는 걸 알지만 본성이 나쁜 인간은 아니었다. 나중에는 여울이를 딸이라고 말해야 하는 사정이 되었을 때도 여울이에게 진심으로 잘해주었다. 심지어 여울이가 최하준이 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성심성의껏 돌보아 왔다. 만약 최양하가 FTT를 노렸다면 여울과 하준을 완전히 이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양하는 그러지 않았다.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하준은 여름의 말에 상처받았다. “CCTV를 다 돌려봤어. 양하가 랩에 들어간 시간과 데이터가 사라진 시간이 완전히 일치해. 그런데 양하가 아니면 누가 그런 짓을 한단 말이야?” 그 말을 들으니 여름은 어리둥절해졌다. 하준이 차갑게 말을 이었다. “다시는 고소는 하지 않아. 그저 다리를 부러트렸을 뿐이지. 이 정도면 나도 할 만큼은 한 거야.” “뭐? 다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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