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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화

전성은 담담히 최양하를 바라보았다. “가지 않으시겠다면 살아남기 힘드실 겁니다.” 최양하는 힘없이 피식 웃었다. ‘뭐, 형님이 대충 넘어갈 리가 없지. 다 알고 있었잖아?’ 사실 최양하도 형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기는 했다. 회사 기밀을 빼돌렸다는 누명을 쓰고 영원히 살고 싶지는 않았다. 곧 전성이 최양하를 데리고 지룡의 사당으로 갔다. 사당에는 최 씨 가문 조상의 위패가 놓여 있었다. 하준은 한 켠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모셔왔습니다.” 전성이 최양하의 뒷무릎에 발길질을 했다. 전혀 방비하지 못했던 최양하는 무릎을 꿇게 되었다. 일어서려고 했지만 전성이 어깨를 꾹 눌렀다. 최양하는 오기에 하준을 노려보았다. “난 잘못한 거 하나도 없습니다. 자료를 빼돌리지도 않았다고. 보십시오, 추신에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아버지와는 관계는 완전히 끊겼다고요.” “관계는 끊었다지만 말끝마다 그래도 아버지라고 하는구나. 추동현에게 다른 여자와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속았다고 생각해서 안 따라간 거 아니고?” 최하준이 최양하의 면전으로 다가와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 최양하가 울분에 차서 답했다. “그렇게 멋대로 추측하지 마시죠. 진작부터 혼외 자식이 있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솔직히 마음이 흔들리지 않은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자식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FTT를 배신할 마음 같은 건 철저히 접었습니다. 형님은 잘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그 사람은 저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본가에 가도 아무도 절 사람 취급도 안 한다고요. 저도 그 사람이 우리 어머니를 배신한 데는 이가 갈립니다.” “널 신경도 안 쓴다면서 왜 경찰서 잡혀갔을 때는 그렇게 후다닥 달려와서 보석을 해주었을까?” 하준이 조롱하듯 물었다. “아, 대놓고 네 성도 바꾸겠다던데? 이제부터는 추양하라고 부를 거라고.” “저와 식구들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그런 겁니다.” 최양하가 소리 질렀다. “그렇게 음험한 사람이라고요.” “그 자가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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