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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장

김도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거 아니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마.” 확신이 없었던 임태연은 다시 한번 물었다. “정말? 지금 나 속이는 거 아니지?” 김도하는 짜증이 나는 듯 눈빛에 싸늘함이 번뜩였다. “화난 거 아니야. 요즘 너무 바빠서 같이 보낸 시간이 별로 없었네.” “나중에 여유로워지면 자주 만나자.” 그 말을 들은 이서현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역시 김도하가 사랑하는 사람은 임태연이다. 이서현의 헛웃음 소리는 자연스레 수화기를 통해 임태연 쪽으로 넘어갔다. 임태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코 물었다. “도하 씨, 왜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김도하는 고개를 돌려 이서현을 보고선 태연하게 답했다. “본가에 들어왔거든. 이서현이랑 같이 있어.” 순간 사악한 생각이 떠오른 이서현은 김도하의 핸드폰으로 다가가 불을 붙였다. “같이 있는 것뿐만 아니라 저랑 당분간 살다가 그쪽 만나러 갈 거예요.” 이서현의 도발에 임태연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눈빛에는 살기가 어렸지만 서러운 듯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도하 씨, 왜 그 여자랑 같이 사는 거야?” “설마... 이제 나 안 사랑해?” 김도하는 이서현에게 더 이상 입을 열지 말라는 경고의 눈빛을 날린 후, 핸드폰을 옆으로 옮겨 한 손으로 수화기를 가렸다. “널 사랑하지 않은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어.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가 나 때문에 화가 많이 나셨거든. 그래서 당분간 조용히 지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내가 다쳐서 이서현이 본가에서 돌봐주는 것뿐이야.” 김도하는 혹여나 오해를 받을까 구구절절 설명을 이어갔다. 어이가 없었던 이서현은 코웃음을 치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이혼 안 해 줘서 할아버지한테 맞은 건 왜 얘기 안 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임태연에게 들릴 정도로 매우 컸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줬으니 이 정도의 도발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서현의 말을 들은 임태연은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도하 씨, 나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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