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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이서현은 안윤아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웃으며 물었다. “그러면 우리 어디로 갈까?” 안윤아는 바로 대답했다. “당연히 헌터바지! 나 거기 실버 멤버십이거든.” 헌터바는 경성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바로, 재벌 자제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헌터바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류사회에 속했다. 김도하와 결혼하기 전, 이서현은 안윤아와 함께 헌터바에 자주 드나들었고 말 그대로 단골이었다. 안윤아와 함께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이서현은 살짝 그리운 듯 말했다. “헌터바에 마지막으로 갔던 게 벌써 4년 전이네...” 안윤아는 짜증을 내며 이서현에게 눈을 흘겼다. “네가 김도하한테 빠지고, 김상철 회장이 너를 점찍어서 김씨 가문으로 시집가게 한 것만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렇게 오랜만에 만날 일도 없었겠지. 그동안 자주 못 봤으니, 이번엔 제대로 나랑 놀아줘야 해!” 이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다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안윤아는 이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살짝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 “바에 가기 전에 옷부터 갈아입어. 이렇게 순한 느낌의 하얀 원피스는 장소와 분위기에 안 어울려.” 그러면서 안윤아는 이서현의 손을 잡아끌며 2층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안윤아는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스타일리스트로, 경성에서 연예인들의 스타일을 담당하는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서현은 본래 타고난 미모를 가지고 있었기에, 안윤아는 터치 몇 번으로 화려하게 변신했고, 두 사람은 헌터바로 출발했다. ... 30분 후. 화려한 붉은색 마세라티가 천천히 헌터바 앞에 멈춰 섰다. 안윤아가 먼저 차에서 내려 얼굴을 가린 커다란 검은색 선글라스를 만지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차 열쇠를 옆에 있던 도어맨에게 건네며 말했다. “잘 좀 부탁해요. 고마워요.” 안윤아는 뒤따라오는 이서현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했잖아. 이렇게 입으니까 훨씬 낫네.” 이서현은 안윤아의 팔짱을 끼면서도 자신이 입은 짧은 치마가 어색한 듯 조심스레 자기 옷을 흘끗 내려다보았다. “윤아야, 이 치마 너무 노출이 심한 거 아니야?” 안윤아는 손을 휘저으며 이서현을 끌고 곧장 자신의 단골 방으로 향했다. “서현아, 걱정하지 마. 너 정말 예뻐 보여. 그리고 내가 너한테 준비한 서프라이즈도 있어. 그러니까 말 그만하고 들어가 봐.” 두 사람은 곧 방 앞에 도착했다. 안윤아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뒤,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어 이서현에게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서현아, 어서 봐봐.” 이서현은 안윤아가 무슨 장난을 치려는지 의아해하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방 안에서 균형 잡힌 몸매에 잘생긴 남자들이 일어나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손님께서 요청하신 선수들입니다. 오늘 밤 당신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무엇이든 원하시는 걸 말씀만 하세요.” 이서현은 눈앞의 광경에 충격을 받아 입이 떡 벌어졌다. “윤아야, 이게 뭐야?” 안윤아는 이서현 앞에 서 있는 선수들을 가리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서현아, 너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타입으로 골랐어. 정말 고심해서 준비했는데, 어때? 마음에 들어?” 안윤아는 이서현의 팔을 끼며 그녀를 방 한가운데 있는 소파로 앉혔다. 그러자 남자 모델들은 센스 있게 두 사람 주위에 앉아 과일 접시를 들고 과일을 먹여주려고 했다. 이서현은 어색하게 어깨를 움츠리며 남자 모델들이 건네는 과일을 거절했다. “윤아야, 그만하고 선수들 돌려보내. 난 선수들에겐 관심 없어.” 그 말을 들은 안윤아는 곧 이서현의 뜻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선수들과 눈짓을 주고받은 후 말했다. “오늘 받을 페이는 그대로 드릴게요. 이제 나가도 돼요.” 안윤아의 지시에 선수들은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빠르게 방을 떠났다. 그들이 떠난 후, 안윤아는 이서현을 미안한 듯 바라보며 약간 죄책감에 사로잡혀 말했다. “미안해, 서현아. 내가 괜한 짓을 했네. 네가 낯선 남자를 싫어한다는 걸 깜빡했어. 선수들은 갔으니까... 우리 차라리 아래층 가서 춤이나 출까?” 안윤아는 주저하며 제안했다. 대학 시절 이서현은 춤추는 것을 매우 좋아했고, 댄스 동아리의 회장까지 맡았었다. 이서현은 안윤아의 진심을 알았기에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 우리같이 춤이나 추자.” 이서현이 화를 내지 않자, 안윤아는 안심하며 일어서서 방문을 열어주었다. “서현아, 나가자!” ... 사람들로 붐비는 클럽 안은 귀를 찢을 듯한 강렬한 음악 소리로 가득 찼고 오색찬란한 네온 조명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었다. 춤을 추는 남녀들은 저마다의 몸짓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그 화려한 분위기에 푹 빠져 있었다. 이서현이 무대 위에 등장하자마자, 그녀는 순식간에 모든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검은색과 분홍색이 섞인 짧은 스커트는 그녀의 풍만한 몸매를 돋보이게 했고, 풍성한 웨이브가 걸린 머리카락이 춤을 추는 동안 자유롭게 흔들렸다. 이서현의 차가운 분위기와 화려한 외모는 그녀를 더욱 매혹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관중 속에서 감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이내 무대 중앙의 조명이 이서현을 비추었다. 그 시끄러운 소리는 곧 2층 구석에 있던 두 남자의 시선을 끌었다. 그중 한 남자는 잔잔히 술을 한 모금 마시며 자연스럽게 아래층을 훑어보다가 이서현을 발견하고는 중얼거렸다. “저 여자, 내 취향인데? 솔로일까?” 그 말을 들은 맞은편 남자도 흥미가 생긴 듯 물었다. “도대체 어떤 여자길래 네가 관심을 가지는 거야?” 그 남자는 천천히 조명이 비추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 순간 여자의 모습을 확인한 후 얼굴이 굳었다. ‘이서현?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다니. 아침에 이혼 얘기를 꺼내더니, 저녁엔 이런 곳에서 춤을 추고 있어? 정말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군.’ 김도하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차가운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 “저 여자 솔로 아니야. 그만둬.” 김도하는 이를 갈며 그 말을 내뱉었다. 맞은편 남자는 김도하의 불쾌한 어조를 느끼고는 들고 있던 와인잔을 살짝 흔들며 말했다. “왜 그래? 너 저 여자랑 아는 사이야? 내가 보기엔 저 여자는 몸매도 끝내주고, 얼굴도 정말 예쁘장한데? 임태연 같은 애송이와는 비교도 안 돼.” 그 말을 들은 김도하는 냉소를 지으며 눈빛이 어둡게 변했다. “알지도 못하면서 헛소리하지 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괜히 저 여자와 엮이면 큰일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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