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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그 말을 들은 김도하는 멈칫하다가 물었다. “이서현, 너 지금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야!” 이서현은 어이없다는 듯이 반문했다. “김도하 씨, 말 그대로예요. 두 사람을 진심으로 축복하고 한번 깨졌던 그릇이지만 다시 잘 붙여가길 바란다고요!” 김도하는 목이 탔다. “이서현, 우리가 아직 부부라는 사실을 잊지 마!” 이서현은 냉소적으로 웃었다. “곧 그 사실도 끝날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 좀 자중해요. 도하 씨가 내 삶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해요.” ‘웃기는 놈! 임태연과 이 레스토랑에 드나들 때도 우리가 부부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을까? 이제 와서 적반하장이라니!’ 이서현은 더 이상 그와 불필요한 대화를 나누며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미련 없이 걸어 나갔다. 김도하는 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임태연에게 돌아갔다. “태연아, 얼굴이 많이 부었어. 이번 행사들은 다 취소해야 할 것 같아. 서 비서를 불러서 병원에 데려다줄게.” 임태연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슬프게 말했다. “도하 씨, 직접 데려다주면 안 돼?” 김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 “난 여기서 더 할 일이 있어. 서 비서가 데리러 올 거야.” 임태연은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하 씨, 혹시... 서현 씨를 좋아하게 된 거야?” 김도하는 즉시 부정했다. “말도 안 돼. 나는 배신과 불륜을 싫어할 뿐이야.” 임태연은 그제야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다행이야.”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까지 걸어갔다. 김도하는 서강준에게 전화를 걸었고 서강준이 도착하자 임태연을 부탁하고 다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 김도하가 다시 돌아왔을 때, 이서현과 안윤아는 이미 식사를 마쳐가고 있었다. 안윤아는 김도하를 보자마자 노려보며 포크를 테이블 위에 ‘탁’하고 내려놓았다. 그리고 불편한 기색으로 물었다. “김 대표님, 어떡해요? 소중한 첫사랑이 우리 서현이에게 맞았는데, 이렇게 여유롭게 앉아 있을 수 있나요? 어서 병원으로 가보셔야죠?” 안윤아는 과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해서 빈정거렸다. “어머! 불여우는 이미 떠났네요. 심하게 다쳤는데 김 대표님께서 직접 병원에 데려다줬어야죠.” 김도하는 계속해서 비아냥거리는 안윤아를 무시하고, 이서현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했다. “이틀 뒤면 할아버지 생신이야. 본가에서 할아버지 건강이 안 좋다고 해서 미리 찾아뵈어야 해. 할아버지께서 너에게만큼은 항상 잘해 주셨잖아? 찾아뵙는 게 도리에 맞지 않겠어?” 그는 이서현이 거부할까 두려워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 생신만 무사히 넘기면 바로 이혼해 줄게.” 이 말을 듣자, 이서현은 더 이상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한 뒤 차분하게 말했다. “정말이죠?” 김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가 널 속이겠어? 더 이상 우리 관계를 끌어봤자 좋을 게 없잖아.” 이서현은 그제야 동의하며 말했다. “알겠어요. 하지만 오늘은 집에 돌아가야 해요. 내일 본가로 갈 테니, 그때 데리러 오세요.” 그녀는 집에 돌아가 이현의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하정우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이현에게 심리상담이 절실했다. 김도하는 여유롭게 휴대폰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할아버지는 항상 우리가 잘 지내길 바라고 계셔. 그러니까 일단 나를 블랙리스트에서 풀어줘야 하지 않겠어?” 안윤아는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김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현아, 이 사람이 뭘 꿍꿍이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가지 않는 게 좋겠어.” 이서현은 한숨을 내쉬며 안윤아의 손을 잡고 안심시키듯 말했다. “윤아야, 할아버지는 나에게 정말 잘해 주셨어. 안 갈 순 없어. 게다가, 김도하 씨가 설마 나한테 무슨 짓을 하겠어.” 안윤아는 이서현이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말릴 수 없었다. 그녀는 김도하를 향해 차갑게 경고했다. “김도하 씨, 만약 네가 우리 서현이를 함부로 대하면 안씨 가문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반드시 응징할 거라고요.” 김도하는 그제야 안윤아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두 사람 많이 친한가 보네요. 그래서 지난번 연회 때도 나를 그렇게 경계했던 거군요.” 그는 연회에서부터 안윤아가 자신을 적대적으로 바라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날 임태연을 변호하면서 안윤아에게 사과를 강요했던 장면도 함께 떠올랐다. 안윤아는 그의 말에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김 대표님, 나와 서현이는 10년도 넘은 친구예요. 당연히 서로 아끼는 사이죠. 그런데 당신은 그 연회에서 임태연을 위해 제게 굴욕을 선물했죠. 참 절절한 사랑이더라고요.” 김도하는 미소를 짓고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미안해요. 안윤아 씨, 그땐 제가 잘못했어요.” 안윤아는 아무런 대꾸 없이 비웃는 듯한 미소만 지었다. 남은 시간 동안 모두가 어색한 침묵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 분위기는 꽤 무거웠고, 아무도 입을 떼지 못했다. 식사가 끝나자, 김도하는 하정우와 함께 있는 이서현을 보고 질투심에 제안했다. “이서현, 내가 데려다줄게.” 이서현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거절했다. “괜찮아요. 윤아가 차를 가져왔으니까 같이 가면 돼요.” 안윤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아요. 서현이는 제가 데려다 줄 거예요.” 그때, 급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안윤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고, 곧 얼굴이 굳어졌다. “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 전화를 끊은 안윤아는 미안한 표정으로 이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서현아, 내 작업실에 문제가 생겨서 빨리 가봐야 해.” 그녀는 하정우와 이서현을 잠시 번갈아 훑어보았다. 이 상황을 눈치챈 하정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집이 근처에 있어서 혼자 걸어가도 충분합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안윤아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마지막까지 이서현을 바라보며 당부했다. “서현아, 미안해. 너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안윤아는 서둘러 가방을 챙겨 서둘러 식당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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