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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지난 3년 동안, 그 여자가 종종 학교에 찾아와 이현을 만났어요.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현은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고 점점 더 과묵해졌어요. 반에서 몇몇 문제아들이 그런 이현을 보고 자꾸 ‘벙어리’라며 놀리고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괴롭히곤 했어요. 그 애들은 잘사는 집안 자제들이라... 제가 이현을 도와주고 싶어도... 저같이 가난한 학생은 도저히 그들과 맞설 수 없었어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친구를 위로하고 늘 함께 해주는 것뿐이었죠.” 하정우는 꾸역꾸역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았다. “지금은 주말이라 여기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었어요. 생활비를 벌려고요... 그런데 우연히 그 여자를 만나버렸고, 저를 알아봤는지 다짜고짜 시비를 걸었어요. 그 이후의 일은 두 분이 본 그대로예요...” 하정우는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고개를 떨군 채 이서현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하정우의 이야기를 듣던 이서현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르며 손이 떨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겨우 진정했다. “정우야, 이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난 이 사실도 몰랐을 거야. 네가 우리 현이 옆에서 도와준 것만으로도 충분해. 절대 자책할 필요 없어. 그동안 내 동생에게 힘이 되어줘서 정말 고맙다.” 이서현은 가방에서 아까 썼던 카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하정우에게 건넸다. “정우야, 이 카드에 2억 원이 들어 있어. 이 돈으로 네 앞으로 필요한 생활비나 학비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야.” 하정우는 깜짝 놀라 카드를 밀어내며 말했다. “이건 절대 안 됩니다. 이현은 제 친구예요. 저는 당연히 제가 할 일을 한 거예요. 이 돈은 받을 수 없어요.” 이서현은 단호하게 카드를 하정우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넌 현이랑 같은 나이잖아. 그러니까 이제부턴 나한테 누나라고 불러. 이 돈은 누나가 잠깐 빌려주는 거야. 나중에 돈 벌면 그때 갚아도 돼.” 실랑이 끝에 하정우는 결국 카드를 받았다. “제가 꼭 이 돈 돌려드릴게요.” 이서현은 별로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 “괜찮아. 우선 필요할 때 써.” 그 후 그녀는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 제안했다. “이제 곧 점심시간이네. 마침, 이 카페 위층에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어. 같이 식사하고 가자. 윤아가 차로 데려다줄 거니까.” 하정우는 이서현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서현 누나...” 세 사람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후, 함께 레스토랑으로 올라갔다. 레스토랑 안은 손님이 별로 없었고 그들은 창가 자리로 골라 앉았다. 안윤아는 이곳의 멤버십을 가지고 있어 메뉴를 주문하기 위해 혼자 카운터로 갔다. 이서현은 할 일이 없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익숙한 발소리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하 씨, 여기 푸아그라가 정말 맛있어. 이따가 꼭 시키자.” 그 소리에 이서현은 얼굴을 찡그렸다. 다름 아닌 임태연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임태연을 때리고 싶은 충동을 꾹 참고,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했다. 그러나 임태연은 갑자기 놀란 듯 김도하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도하 씨, 저기 이서현 아니야?” 김도하는 그제야 표정이 달라졌다. 임태연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던 김도하는 이서현을 발견하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혼을 얘기한 건 단지 관심을 끌기 위한 계략이었군.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같은 레스토랑에서 마주칠 리가 있겠어?’ 하지만 김도하는 이서현 앞에 앉아 있는 하정우를 보자마자 순식간에 웃음기를 잃었다. ‘며칠 사이에 다른 남자를 만난 거야? 그것도 이렇게 어린 놈을 만나? 정말 날 우습게 보는 거야?’ 김도하는 한숨을 내쉬며 임태연을 떼어내고 이서현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임태연은 김도하가 자신을 두고 이서현에게 가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 ‘왜 항상 이서현만 나타나면 도하 씨는 나를 무시하고 그녀에게만 신경 쓰는 거지? 도대체 이서현이 도하 씨를 어떻게 홀린 거야?' 김도하는 이서현 옆에 다가가자마자 화난 얼굴로 말했다. “이서현, 내가 했던 말 듣긴 한 거야?” 원래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이서현은 김도하의 말에 더 화가 나 얼굴이 붉어졌다. “김도하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 이엘 그룹이 곧 망하려고 그러나? 회사 일은 뒷전이고 이렇게 저를 찾아다니는 거예요? 당신이 한 말은 그저 헛소리로 듣고 넘겼어요. 내가 그걸 왜 진지하게 들어야 하죠?” 이서현의 거친 반응에 김도하는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하정우를 가리켰다. “이서현, 우리 아직 이혼하지 않았어. 그런데 벌써 다른 남자를 만나는 거야? 그것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애송이를? 성인은 된 거야? 설마 얘 때문에 나랑 이혼하려고 한 거야?” 김도하는 그 생각에 더욱 화가 났다. 그의 눈은 금세 붉게 충혈됐다. 이서현은 김도하가 뻔뻔하게 이런 말을 꺼낸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임태연과 바람을 피운 건 김도하였으면서도, 이제는 대놓고 그녀를 비난하는 모습에 실망을 넘어서 역겹게 느껴졌다. “서로 비슷한 입장이잖아요. 당신도 바람을 피웠으니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문제없지 않나요?” 김도하는 얼굴에 억지 미소를 지으며 경고했다. “이서현, 나한테 도전하지 마.” 그의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지며 분노를 드러냈다. 김도하는 하정우를 비웃으며 말했다. “이런 스타일이 네 취향이었어?” 이서현은 김도하를 자극하려는 듯 일부러 대꾸했다. “맞아요. 이 친구가 아니더라도, 도하 씨만 아니면 누구든 만나보고 싶어요. 도하 시 빼고는 다 제 이상형일 수 있으니까요.” 이 말은 김도하를 더 자극했다. 그는 코웃음을 치더니 하정우를 의자에서 거칠게 끌어올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좋아! 네가 이 애송이를 좋아한다면 이 하찮은 놈에게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지!” 다음 순간, 김도하는 주먹을 들어 올려 하정우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 하정우는 눈을 꼭 감고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이서현은 재빠르게 나서서 김도하의 주먹을 맨손으로 막아냈다. 김도하는 충격을 받은 듯 이서현을 쳐다보았다. 그는 방금 온 힘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고 그 주먹은 건장한 남자도 쉽게 막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서현이 어떻게 내 주먹을 막아낼 수 있지? 연약한 여자인 서현이가... 이서현, 너에게 내가 모르는 비밀이라도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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