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안여정은 손에 들고 있던 털실을 내려놓았다. “얼마 전에 당신 제자가 영화 한 편 만들어 보자고 했을 때 당신도 흥미롭지 않았어요?” 그녀는 어깨에 두른 숄을 만지작거렸다. 흘러간 세월에 머리는 희끗희끗해졌지만 두 눈은 따뜻하고 맑고 부드러워서 온화하고 자애로워 보였다. 다만 눈동자 깊숙한 곳에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아픔과 후회가 숨겨져 있었다. “전에는 하지 말라면서요?” 김건국은 장난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사랑스러운 아내의 변덕이 왜 이렇게 심한 걸까. “그건 당신이 힘들까 봐 그런 거죠.” “지금은 힘들까 봐 걱정 안 돼요?” 콧수염을 날리며 눈을 부릅떴지만 통통한 모습이 장난기가 가득할 뿐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작은 노인은 화를 내며 콧수염을 날리고 통통한 표정을 지으며 더 이상 치명적인 표정이 아니었다. “말 돌리지 말고요.” 안여정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그를 슬쩍 노려보았다. “지금도 하라는 말이 아니라 도와주라는 거죠.” 그러고는 다시 사랑스럽게 미소 지었다. “당신이 슬쩍 언질 줘요. 그 역할 이준이한테 잘 어울리는 것 같던데 밀어주라고요.” “걔 때문에 화난 것 아니에요? 그런데도 도와주라고요? 말은 그렇게 해도 마음은 아닌가 봐요.” 김건국은 유쾌하게 차 한 잔을 더 따라주었다. ‘허허, 이 사람 참.’ “말 돌리지 말라니까요.” 안여정은 다시 그를 노려보았다. “걔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시연이 때문에 가슴 아파서 그래요. 시연이를 촬영팀에 들여보내요. 난 걔가 당신이랑 같은 길을 갔으면 좋겠어요. 감독 자리까진 아니더라도 당신이 힘 좀 써서 조감독 만들어줘요. 능력이 있는 아인데 너무 낮은 위치는 내가 내키지 않아요.” 김건국은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 “그 두 아이...” 남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지만 아내가 하는 말이니 들어줘야 했다. ... 강이준은 이시연과 얼굴을 붉히며 헤어진 후 줄곧 마음이 답답했다. 장아라는 그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찾아와 반나절 동안 곁을 지켰다. 상냥하고 얌전한 장아라를 보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