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임태성은 남원시에 소문난 애처가였다. 자신이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이 이렇게 살해된 것을 본 임태성은 이미 이성을 잃었다. 손의 힘이 어찌나 센지 도수영의 목을 부러뜨릴 것 같았다.
“아니. 내가 죽인 게 아니에요.”
도수영은 너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임... 임연아가 죽였어요...”
“연아가?”
임태성의 눈시울이 더 붉어졌다.
“연아는 나와 유정이의 친딸이야! 어떻게 유정이를 해칠 수 있겠어!”
도수영도 임연아가 왜 자기의 친어머니를 살해하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임태성에게 목이 졸려 죽을 뻔했을 때 유현진이 갑자기 소리 질렀다.
“태성 아저씨, 유정 이모가 아직 숨을 쉬고 있어요!”
“뭐?!”
유현진의 말을 들은 임태성은 도수영을 죽이는 걸 포기하고 소유정을 안고는 의사를 부르며 미친 듯이 밖으로 달려나갔다.
임연아와 신서희는 동시에 흠칫 놀라며 서로 눈을 마주쳤다가 다시 냉정해졌다.
설령 소유정이가 아직 숨이 붙어 있다 하더라고 천방백계로 더는 입을 열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도수영은 탐욕스럽게 주변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도수영이 숨을 헐떡이고 있을 때 유현진은 그녀의 턱을 조이며 물었다.
“말해! 왜 유정 이모를 죽이려 했어?”
유현진은 냉정한 사람이지만 피투성이가 된 소유정을 보고 미쳐버릴 것 같았다. 소유정은 유현진이 커가는 걸 지켜본 사람이고, 유현진도 진심으로 소유정을 어머니처럼 따랐다. 소유정을 해친 장본인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고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
“내가 죽인 게 아니야! 임연아가 죽였어!”
임연아는 애처롭게 눈물을 닦았다.
“다 내 잘못이야! 나를 구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엄마가 이렇게 죽지 않았을 거예요! 엄마한테 무슨 변고가 생긴다면 나도 못 살아요.”
유현진은 임연아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연아야, 너 때문이 아니야. 악독한 도수영을 죽여야 해.”
유현진의 이 말을 듣고 줄곧 옆에 서 있던 신서희는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현진아, 제발 수영이를 용서해. 수영이가 고의로 소유정 씨를 다치게 한 건 아니야. 그저 일시적인 충동이었을 거야! 연아를 죽이려 했지만 소유정 씨가 필사적으로 감싸고 있으니 미친 듯이 사모님을 찌른 거야!”
신서희는 몸을 돌려 도수영의 손을 꽉 잡았다.
“수영아, 현진에게 사실대로 말해. 비록 소유정 씨를 칼로 찔렀지만 현진이는 너의 남편이니 도와줄 거야.”
“엄마, 뭐라고요?”
도수영은 믿을 수 없는 눈길로 신서희를 쳐다보았다.
“나는 유정 이모를 해친 적 앖잖아요. 그런데 엄마는 왜 임연아를 도와 나를 모함하세요? 나야말로 엄마의 친딸이에요!”
신서희는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수영아, 네가 내 딸이기 때문에 난 네가 실수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허!”
차갑게 웃는 유현진의 두 눈에 오싹한 냉기가 가득 차 있었다.
“도수영, 무슨 할 말이 있어?”
“아니야, 현진 씨, 내가 한 게 아니야!”
도수영은 고개를 힘껏 흔들었다.
“엄마의 말은 사실이 아니야!”
“도수영, 당신 엄마가 거짓말까지 하며 너를 모함하고 있다는 말이야?”
유현진이 비꼬며 말했다.
“어머니가 일부러 친딸을 모함할 수 없어!”
유현진의 말을 들은 도수영은 갑자기 자신을 위해 변명할 힘을 잃어버렸다.
그렇다, 신서희는 그녀의 친엄마였다. 그녀 자신조차도 생모가 직접 자신을 지옥으로 몰아넣을 줄 몰랐다.
호랑이도 제 새끼를 아낀다고 했는데, 그녀의 친엄마는 자신이 죽기를 바라고 있다.
얼마나 우스운가!
“도수영, 할 말 없지?! 네가 유정 이모를 이렇게 해쳤으니 난 반드시 널 감옥에 가둬 버릴 거야!”
유현진은 도수영을 위협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감옥에 넣으려는 작정이었다.
도수영은 민준의 수술비용을 모아야 했기에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여 도수영은 자신을 위해 변명했고 심지어 무릎을 꿇고 유현진에게 애원했지만, 그는 여전히 용서하지 않았다.
도수영은 감옥에 들어가자마자 호되게 얻어맞았다. 병든 몸은 불구덩이처럼 뜨거워졌고 일어서지도 못했다.
땅바닥에 엎드린 채 겨우 연명하고 있던 도수영은 이대로 죽고 싶었으나 민준이를 떠올리며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민준이는 그녀가 돈을 구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죽으면 민준이도 이대로 죽게 된다.
도수영은 소유정이 갑자기 깨어나 결백을 증명해주기를 바랐고 기적이 나타나기를 기도했다. 감옥에서 일주일을 기다렸지만 소유정에 관한 소식은 없었고 대신 임연아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