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장
아침 일찍 나는 다급한 핸드폰 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핸드폰 화면에는 주다혜라는 이름이 깜빡이고 있었다. 나는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
“배승호 씨 퇴원했어요?”
“네. 어제 퇴원했어요.”
“어쩐지 병원에 왔는데 승호 씨가 안 보이더라고요. 시간 있어요? 나랑 한 번 촬영장에 가요. 남자 배우를 골라야죠.”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그래요. 주소 보내줘요. 준비하고 바로 갈게요.”
2분 뒤 주다혜는 촬영장 주소를 보내왔다. 주다혜가 촬영 중인 드라마 현장이었고 이 드라마는 노도경이 연출을 맡았다. 내 기억에 내가 주다혜를 노도경에게 추천했었다.
며칠 동안 깎지 않은 수염을 말끔히 정리하고 흐트러진 머리도 손질했다. 파란색 캐주얼 정장을 입은 뒤 거울 속 나 자신을 바라보았다.
짙은 눈썹과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오뚝한 콧날 아래에 얇고 매끈한 입술까지 당시 남하시에서 나는 미남으로 유명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여자 때문에 나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어 참 초라해 보였다. 이제 남은 인생에서는 절대로 그 여자를 위해 살지 않을 것이고 더 이상 사랑 때문에 억눌리지 않을 것이다.
‘얼어 죽을 사랑 따위 다 집어치워.’
나는 대본과 카메라를 챙겨 택시에 올라 촬영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다혜의 메시지를 받았다.
[동쪽 문으로 들어가지 마요. 거기 기자들 있으니까 서쪽 문으로 들어오세요.]
나는 택시비를 지급하며 기사에게 물었다.
“서쪽 문은 어느 쪽이죠?”
기사는 나를 한 번 훑어보더니 말했다.
“젊은이는 신인이구먼. 서쪽 문은 멀어. 걱정하지 마. 젊은이를 아는 사람은 없을 거야. 오늘 여기 대스타 김현호가 오거든. 아무도 젊은이한테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김현호? 김현호가 노도경의 작품에 출연하는 건가?’
나는 택시에서 내려 방향을 몰라 헤매다가 그냥 이쪽에 있는 문으로 들어갔다.
문 앞에는 김현호의 팬들이 김현호가 오길 기다리며 한 번이라도 얼굴을 보려고 뜨거운 태양 아래 우산을 들고 앉아 있었다.
나는 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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