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장
나는 더 이상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줄 수 없었다. 지금 나의 머릿속에는 방금 김현호가 했던 말이 가득했다.
‘김현호와 임다은의 아이? 그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니라 김현호의 것이라고?’
나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고 김현호와 임다은 사이에 스킨쉽이 있었다는 건 더욱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다은이가 그냥 회사 배우라고 했었는데?’
그래서 임다은은 나와 김현호의 대화를 막고 만나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이제야 나는 그 이유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혼 얘기는 거짓이 아니고 내가 억지로 임다은을 붙잡고 이혼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이 소식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다. 비록 나와 임다은의 감정이 그렇게 깊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서로 존중하며 지내왔다. 내가 임다은에게 해를 끼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걸까? 내가 잊은 건 도대체 뭘까?
혹시 내가 그때 임다은에게 결혼을 강요했기 때문일까?
그때 나는 임다은에게 두 가지 선택 기회를 줬던 걸로 기억한다. 꼭 나와 결혼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임다은은 나와의 결혼을 선택했고 당시 나는 아주 기뻐했었다. 임다은이 자발적으로 나를 선택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 내가 계속 오해하고 있었던 건가? 그 일 때문에 임다은이 나를 미워하는 걸까?
“승호 형.”
김현호는 경악하며 나를 바라보았고 그제야 주다혜도 내가 있는 것을 알아챘다.
나는 김현호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며 물었다.
“방금 네가 한 말 다 사실이야?”
김현호는 죄책감이 느껴지는지 나의 시선을 피하더니 이내 나를 보며 자랑스럽게 입을 열었다.
“맞아요. 사실이에요. 다은 누나가 중간에서 막았어요. 형과 그동안 부부였던 정을 생각해서 나한테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했죠. 만약 형이 기억을 잊지 않았다면 나와 다은 누나의 상하 관계는 벌써 끝났을 거예요.”
“거짓말하지 마. 다은이가 널 좋아할 리 없어.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너 때문에 우리 10년 동안의 결혼 생활을 끝내진 않을 거고.”
나는 김현호가 하는 말을 받아들이기 두려웠지만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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