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장
나는 아무 의지 없이 걸어 다니는 송장처럼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차라리 죽어서 아이의 목숨값을 치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어차피 내 몸 상태로는 오래 살지도 못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다리에 서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고 깊은 바다를 바라보니, 바다 위에서 조그마한 여자아이가 깡충깡충 뛰어노는 뒷모습이 보였다.
혹시 내 꼬물이인가?
꼬물이를 잃고, 부모님을 잃고, 이제는 10년간 사랑했던 아내마저 더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더는 살아갈 의미도 의욕도 찾을 수 없었다.
“배승호 씨, 이리 와요!”
송민주는 언제 왔는지 갑자기 나타나 나를 죽음의 문턱에서 잡아당겼다.
그리고 암담한 나의 표정을 바라보며 귀찮은 듯 두 눈을 감고 나에게 말했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요? 그러고도 남자인가요? 경고하는데 지금은 내 환자예요. 수술 전까지 얌전히 있어요!”
나는 지금도 나의 생사를 걱정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단지 그녀의 환자라는 이유지만 말이다.
“그냥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어요!”
송민주는 한숨을 쉬더니 여전히 그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게 동정의 눈빛이란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은이랑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도 유산되었다고 들었어요. 그 일이 생각나서 괴로운 거죠?”
나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입을 열어 대답했다.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어요. 우리의 첫아이였지만 아이를 잃고도 다은이는 이렇게 슬퍼하지 않았어요. 아마 정말 내가 죽을 만큼 미웠기에 내 아이도 미웠겠죠!”
내 말을 들은 송민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몰랐겠지만 그때도 다은이는 많이 슬퍼했어요. 두 사람이 왜 이 지경까지 된 건지 모르겠어요. 정말 이혼이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네요. 인제 그만 서로를 놓아줘요.”
“나도 이혼을 원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근데 곧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아이를 잃었고 그게 내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혼 얘기도 곧 나오겠죠.”
나는 임다은이 곧 이혼에 동의할 거로 생각했다. 그동안 임다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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