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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장

예전이었다면 임다은이 질투한다고 오히려 좋아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 든 사람이 누군지, 그리고 그를 향한 애정이 얼마나 큰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화가 난 건 오랫동안 자신만을 사랑했던 비굴한 사람이 갑자기 다른 여자와 연락하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 들켜버렸으니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된 것뿐이었다. “배승호, 너 점점 못하는 말이 없네? 아픈 척 연기해 송민주에게 다가가다니. 그 애가 네 정체를 알면 얼마나 역겨워할까?” “경고하는데, 송민주는 나랑 가장 친한 친구야. 그 아이한테서 멀리 떨어져. 안 그러면 나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겨우 이런 말로 나한테 씨알이 먹힐거라고 생각한걸까? 임다은은 우리 아이도 무정하게 지워버렸는데 내가 더 무서워할 게 뭐가 있겠는가? 겨우 남은 목숨도 거의 사라지고 있는데 세상에 두려울 것 하나 없었다. 내가 아무 대답이 없자 임다은이 천천히 다가와 말했다. “오후 내내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어디까지 진도를 뺀 거야? 손잡았어? 아니면 키스? 뭐 침대까지 올라간 거니?” 난 피식 웃음이 터졌다. “너와 송민주 씨가 가장 친한 친구라더니 겨우 친구를 그 정도로밖에 생각 못 해? 네가 타락했다고 다들 너처럼 살지는 않아.” 짝. 뺨 때리는 소리가 거실을 울렸다. 임다은은 죽일 듯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고 온몸에 살기가 넘쳤다. 이렇게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를 낸다니, 며칠간 마음고생했던 걸 되갚아준 기분이 들었다. 김현호는 내가 뺨을 맞자 옆에서 깨고소한 얼굴로 지켜보며 불붙은 집에 부채질했다. “승호 형, 왜 다은이 누나를 그렇게 말해요? 지금 다은이 누나 옆엔 나밖에 없는데 대체 왜 그렇게 심하게 말해요?” “형이 누나 마음에 들지 못하고, 평소에 누나를 제대로 챙기지도 못했으면 이렇게 어긋난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죠. 정말 누나가 형하고 이혼 못 할 줄 알아요?” 난 입가에 번진 피를 쓸어 만지며 그들을 쳐다봤다. “그래, 내가 바라는 것도 그거야. 이런 생활은 이제 지겨워 죽겠어. 제발 이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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