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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뒤돌아보니 차가운 표정의 한서준이 서 있었고, 이시아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며칠 뒤에 대회에 참가하러 가야 해서.” 대충 핑계를 만들어내며 얼버무린 후, 이시아는 순간 멍해졌다. 자신이 거짓말을 할 줄 알게 되다니, 스스로도 놀랐다. 하지만 한서준의 무심한 표정을 보니, 그녀는 더 이상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3년에 걸친 이 추격전에서 그녀는 그저 품위 있게 퇴장하고 싶었다. 버려진 초라한 패배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비록 그녀가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장희주가 귀국했기 때문이었지만, 그 사실을 한서준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조용히 사라질 생각이었다. 어차피 그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으니, 이 작별 인사를 말하든 말든 그는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 않은가? 한서준은 그녀의 속마음을 모른 채, 손을 들어 택시를 잡았다. 두 사람이 막 차에 타려는 순간, 장희주가 위층에서 뛰어 내려왔다. “서준아, 네 휴대폰 두고 갔어.” “시아 씨, 우리 연락처 좀 주고받을까요?” 휴대폰을 건네고, 장희주는 고개를 들어 이시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시아는 고개를 들어 한서준을 쳐다봤다. 그가 제지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QR 코드를 열었다. 장희주는 휴대폰을 꺼내 QR 코드를 스캔한 후,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뭔가 물어보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결국 “잘 가”라는 말로 바뀌었다. 두 사람이 택시에 오르고, 저녁 바람이 불어와 술기운이 조금 가시자, 한서준은 비로소 어느 정도 정신이 들었다. 뒤늦게 해명하기 시작했지만, 그의 말투는 여전히 무심했다. “시아야, 나랑 희주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어. 상단 고정은 고등학교 때 설정한 건데, 그동안 바꾸는 걸 잊었어.” 이시아는 그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랜 침묵 끝에 한서준은 그제야 눈치채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눈물로 가득한 그녀의 얼굴뿐이었다. 사귄 지 3년이 되었지만, 그가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순간 그의 마음이 심란해졌다. “너...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방금 바람이 불어서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래.” 말을 마치고, 이시아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으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 후 그녀는 몸을 돌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에는 아까 장희주의 놀란 표정이 계속 맴돌았다. 그녀는 남자친구의 소꿉친구 SNS를 몰래 훔쳐봤고, 그 사실이 당사자에게 들키는 순간, 그녀는 완전히 패배한 것이다. 그래서 울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삼각관계에서 그녀는 항상 드러낼 수 없는 존재였고, 언제나 사랑을 구걸하는 쪽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때 그녀가 그렇게 고집스럽게 한서준을 쫓아다니지 않았더라면, 그를 좋아해서 국내에 남지 않았더라면,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만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다행히도 모든 것이 곧 끝나게 될 것이고, 그녀도 곧 해방될 것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시아가 한 첫 번째 일은 식탁 위의 달력을 한 장 뜯어내는 것이었다. 크게 적힌 ‘21’이라는 선명한 숫자를 보며, 한서준은 왠지 모르게 그 숫자가 눈에 거슬렸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이시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침실로 들어갔고, 그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 씻고 나서, 한서준은 머리를 빗고 있는 이시아를 붙잡고 몸을 숙여 그녀에게 키스하려 했다. 그는 원래 이런 친밀한 행동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동안은 항상 이시아가 먼저 다가가야 두 사람은 겨우 가볍게 입맞춤을 했을 뿐이었다. 이시아는 한서준이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처음 봤기에 잠시 멍해졌다가 손을 들어 그를 밀어냈다. “너 오늘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일찍 쉬어.” 그녀가 돌아서서 가려는 것을 보고, 한서준의 마음은 더욱 심란해졌다. 뭔가 그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이번에는 이시아가 더 이상 그를 밀어내지 않았고, 그의 미친 듯이 뛰던 심장이 그제야 서서히 진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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