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배민훈이 갑작스럽게 다가오자 송민지는 그 강력한 분위기에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아니에요."
"고개 들어봐."
송민지는 잔뜩 긴장하여 옷자락을 잡더니 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맑은 눈빛은 그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배민훈은 그녀의 코끝에 머리카락이 붙은 걸 보고는 손을 내밀어 정리해 주었다. "민지야, 오빠가 거짓말을 싫어하는 걸 알지?"
"솔직히 말해!" 그가 갑자기 사나워졌다.
그러자 송민지가 겁에 질린 어투로 대답했다. "오빠는 곧 가정이 생기잖아요. 오빠는 단지 우리 아빠 때문에 날 데리고 있는 거잖아요... 우리는 혈육 관계도 아니니 오빠와 거리를 두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오빠... 그동안 나한테 충분히 잘해줬어요."
"난 그냥 더 이상 오빠한테 폐 끼치고 싶지 않아요. 예전에는 내가 철이 없어서 극단적인 행동을 많이 했지만 지난번 병원에 있을 때 생각을 정리했어요."
"오빠는 항상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오빠도 스스로의 삶이 있으니 난 언젠간 오빠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어요. 난 이제 스스로를 돌볼 수 있으니 오빠는 지금부터 날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오늘 일은 내가 잘못했어요. 오빠랑 미리 얘기도 안 하고 이시아 언니를 따라가는 게 아니었는데..."
"오빠, 내가 먼저 시아 언니를 찾아간 게 아니에요... 난 더 이상 오빠의 삶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송민지는 환생하기 전까지 배민훈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총애를 믿고 제멋대로 행동했으며 다른 사람이 감히 하지 못하던 일들도 송민지는 마음대로 했다.
송민지는 배민훈에게 물을 따르고, 옷을 세탁하고, 말리는 것까지 시켰다.
심지어 요리까지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 된다. 배민훈이 배씨 가문으로 돌아간 뒤로 그의 신분은 스타그룹의 대표이다.
지난번… 배민훈도 말했듯이, 앞으로… 그는 더 이상 그녀를 만나러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송민지는 어릴 때부터 아주 예민한 사람이었다.
전생을 생각하면 송민지는 배민훈이 너무나 무서워 단 한마디도 대꾸할 수 없었다.
배민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누가 너한테 그런 말을 한 거야?"
송민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나한테 이런 말을 한 사람은 없어요. 그냥 내 생각이에요."
"우리는 친남매가 아니니 같은 피가 흐르지도 않잖아요."
"예전에 아빠가 오빠를 구해준 거에 대해서는 오빠도 이미 충분히 보답했어요."
배민훈은 화가 난 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민지야, 철이 든 건 좋은 일이지만... 앞으로는 그런 말을 하지 마. 알겠어?"
"대답해!"
송민지는 배민훈의 분노를 눈치채고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알았어요." 하지만 그녀는 그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항상 그에게 짐이 된다. 그러니 송민지가 그의 곁을 떠나는 것이 더 좋은 일이어야 했다.
배민훈은 자신의 삶을 살면 되고 그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대답에 배민훈은 만족스러운 듯 더 이상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옆에 놓인 해장국을 마시더니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차가운 눈빛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든 절대 이성과 만나면 안 돼. 공부나 열심히 해!"
송민지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오늘 정말로 놀랐다.
너무 긴장된 나머지 몸을 움직일 수 없었으며 배민훈이 문을 닫고 떠나는 소리가 사라지고서야 그녀는 긴장을 늦출 수 있었다.
배민훈은 그 초라한 건물에서 나와 값비싼 마이바흐에 올라타 차 문을 닫았다.
배민훈이 차갑게 명령했다. "주익현에 대해 조사해 봐."
고서원이 대답했다. "네. 대표님."
배민훈은 접대를 마치고 이곳으로 온 것이다. 술기운이 올라온 것인지 배민훈은 위가 불편하여 눈을 감은 채 좌석에 기대어 쉬고 있었다. "최근에 민지를 만나러 온 사람이 있어?"
고서원이 말문을 열었다. "이시아 씨를 제외하면 없어요. 최근 민지 아가씨 정상적으로 학교에 잘 다니고 있어요. 이상한 점은 없어요."
'이상한 점이 없다?'
지난번 자살 시도를 한 뒤 그녀는 그를 바라보는 눈빛마저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다.
이전의 송민지는 그에게 거리낌 없이 행동했다.
확실히 철이 든 것 같다.
하지만 배민훈은 옛날 그 소녀가 그리웠다.
배민훈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송민지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도대체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군영 저택
배민훈은 지친 몸을 이끌고 검은색 정장 외투를 벗고 성큼성큼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층에 올라간 뒤 문을 열자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찔러 조금 느끼했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자, 잠에 들었던 이시아는 곧바로 눈을 뜨더니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문 앞에 있는 그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왔어?"
또한, 그녀의 옷차림은 매우 매혹적이다.
이시아는 흰색 레이스 치마를 입고 있었으며 속옷을 입지 않은 듯 치마가 몸에 붙어 섹시한 몸매가 어렴풋이 보였고 조명까지 더해지니 아찔한 몸매가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이시아는 항상 몸매 관리를 엄격하게 하여 완벽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그저 앞에 있는 남자의 기쁨을 얻기 위해서였다.
이씨 가문은 D시에서 재벌 가문에 속하기에 가문의 규칙이 엄격하다. 하여 이시아는 어릴 때부터 가문의 규칙에 속박되어 있었다. 늦은 시간에 남자의 방에 나타난 것은 가문에 욕되는 일이지만 그녀는 미래 안주인이 될 사람이다.
이시아는 처음으로 이렇게 용기 있게 행동했다. 그녀는 수줍은 듯 발그레한 모습으로 배민훈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았다. "배민훈, 이제 그만 화 풀어."
"오늘 일은 내가 너무 무례했다는 거 알아."
"마음대로 송민지를 찾아가지 말아야 했어."
"나는 그냥 좋은 마음으로 너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었어. 네 동생이니 오랜만에 얼굴 좀 보여주려고 데리고 간 거였어. 내 생각이 짧았어. 그러니 이제 그만 화 풀어. 응?"
이시아는 용기를 내 배민훈에게 다가가 그의 목을 끌어안은 채 수줍게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이렇게 사과하러 왔잖아. 앞으로는 절대 네 허락 없이 민지를 만나러 가지 않을게."
배민훈은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섹시한 여자에게 아무런 끌림이 없었다.
"시아야, 이미 늦었어. 조용히 해!"
그 순간 이시아가 배민훈을 안은 채 그의 가슴에 기대어 불쌍한 어투로 말했다. "우리는 이제 약혼했어. 하지만 약혼한 이후로 넌 나와 제대로 시간 보낸 적도 없잖아."
"배민훈, 난 네 여자야..."
이시아는 말을 하며 배민훈의 손을 잡았다. "설마 넌 날 원하지 않는 거야?"
"배민훈, 난 널 아주 사랑해."
그녀는 그의 눈빛을 바라보며 까치발을 든 채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