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제발, 그만 때려요..."
"날 그만 때려요!"
그 시각, 배가 불룩 튀어나온 송민지는 온몸이 피로 물들어 땅에 엎드려 애원하고 있다. 그녀의 비단 같은 머리카락은 이미 잘린 상태였다.
그녀의 눈동자는 움푹 파인 채 정신병 환자처럼 살고 있었고 온몸이 더럽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송민지가 지하실에 갇힌 지도 어언 3년이 되었다.
정신마저 희미해진다.
지난 삼 년 동안 송민지는 어떻게 버텨왔는지도 알 수 없다.
매일 그 남자는 송민지에게 죽기보다 못한 고통을 주었고 그녀는 또 그 짐승보다 못한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
그녀는 밤낮없이 이런 고통을 얼마나 겪었는지도 셀 수 없었다.
3년 전, 송민지는 이시아를 질투해 몰래 이시아에게 약을 먹여 그들의 아이를 유산시켰다.
하여 배민훈은 그녀를 벌하고 바로 그녀의 앞에 있는 이 늙은 남자, 한철웅에게 보냈다.
그녀는 여태껏 그때의 배민훈이 차가운 어투로 말하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민지가 잘못한 거니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해!"
"이제부터 D시를 떠나 시아 아이한테 속죄하면서 살아!"
'잘못했어요!'
'정말로 잘못했어요!'
송민지는 단 하루도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그녀는 배민훈이 자신을 구해주길 간절히 바랐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도망칠 수가 없었다.
잡힐 때마다 그녀를 기다리는 건 더욱 잔인한 처벌이었다.
한철웅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채 송민지를 보며 흥분한 어투로 말했다. "소리 질러! 더 크게 소리 질러봐. 누가 널 구하는지 보고 싶네!"
"나도 처음에는 배민훈의 여자는 다르다고 생각했지. 네가 금방 나한테 왔을 때는 네 몸 위에서 죽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아직도 배민훈이 널 구할 거라고 생각해? 그런 꿈은 버리는 게 좋을 거야."
"3년 전에 배민훈이 널 나한테 보냈을 때 배민훈은 이미 이씨 가문의 딸 이시아와 결혼했어."
"지금 네 모습을 봐. 하하하... 넌 단지 내가 망가뜨린 버려진 물건일 뿐이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는 절대로 이시아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 배민훈이 자신과 약속했다!
한철웅의 말에 송민지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머리를 흔들며 절규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송민지는 몸에 천 조가리 하나 걸치지 못한 채로 벽에 기댔던 몸에서 힘을 풀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빛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송민지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자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녀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3년 동안의 괴롭힘 끝에 송민지는 처음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여태껏 배민훈이 돌아와 자신을 데려갈 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삼년을 기다렸지만 그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그녀가 이곳에 들어온 날부터 그녀는 이미 끝났다.
그는 이시아와 결혼했고, 배민훈은 그녀를 원하지 않는다.
그가 와서 그녀를 구출한다고 해도 바뀌는 것이 있을까?
배민훈이 더 이상 망가진 물건을 받아들일 리가 없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어! 다 끝났어!'
그렇게 송민지는 한철웅이 떠날 때까지 기다린 뒤,
바닥에서 천천히 일어나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방금 한철웅이 자신을 고문하던 도구를 주어 자신의 심장에 꽂았다...
곧이어 그녀의 동공이 풀리더니 입에서 피가 사정없이 흘렀다.
익숙한 고통이 몸 전체에 퍼지자 송민지는 유일한 창문을 통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결국 송민지는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더니 피범벅인 바닥에 쓰러졌다.
마지막 호흡만 남긴 채로...
송민지가 마지막으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이 산 채로 흙 속에 묻혀있었고 한철웅이 삽을 든 채 자신의 몸에 흙을 뿌리고 있었다.
구슬 같은 빗방울이 그녀의 눈에 떨어졌다...
눈 앞이 점차 어두워지면서 주변도 점점 조용해졌다...
'배민훈, 후회돼. 정말 너무나 후회돼.'
'왜 널 만나 이런 일을 겪은 걸까?'
'왜 나한테 이렇게 잔인하게 대하는 거야!'
'하지만 왜!'
'난 죽기 전까지 네 생각을 하는 걸까!'
'배민훈!'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난 절대로 너와 이시아 사이에 끼어들지 않을 거야.'
'절대 너를 다시 사랑하지 않을 거야!'
결국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여전히 눈을 뜨고 있던 송민지는 어느새 어둠에 빠졌다!
송민지가 죽었다.
누구도 모르게 죽었다.
깊은 밤, 쏟아지던 폭우 속에서 죽었다.
조용한 어둠 속에서 죽었다.
그리고 시체는 폐기물 처리장에 영원히 묻혔다.
...
2007년, D시 엔젤 병원.
"배민훈 씨, 여동생이 깨어났어요!"
송민지는 바다에 빠진 것만 같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육지로 올라갈 수 없는 느낌이 들었지만 마침내 떠다니는 나무를 붙잡고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순간 갑자기 정신을 차린 송민지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새하얀 천장과 소독약 냄새를 맡으니 그녀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배민훈 씨?'
배민훈?
송민지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병실로 들어오는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순간... 배민훈이 고급스러운 검은색 정장을 입고 병실로 들어섰다, 곧이어 성숙한 분위기와 조각 같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를 보자 송민지는 갑자기 꽂혀있던 주삿바늘을 뽑은 뒤 간신히 배민훈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바지를 잡은 채 눈물을 쏟으며 애원했다. "오빠... 잘못했어요!"
"앞으로 오빠 말 들을게요. 절대 오빠한테 화내지 않을게요."
"그러니 제발, 날 다른 사람에게 보내지 마세요!"
그 모습에 배민훈이 천천히 허리를 숙이더니 그녀를 바라봤다. 차갑던 그의 눈빛이 다정해졌다. "민지야, 무슨 일이야? 누가 널 괴롭힌 거야? 응?"
"오빠한테 말해."
눈물 범벅이 된 송민지는 충격에 빠진 듯한 눈으로 배민훈을 바라보았다. "오빠... 오빠..."
'아니야! 배민훈은 40대인데 어떻게 이렇게 젊을 수 있는 거지?'
그녀의 앞에 서 있는 배민훈은 20대 중반으로 보였다.
송민지는 그의 모습을 똑똑히 보려는 듯 손을 내밀어 배민훈의 얼굴을 만져봤다, 온기가 있고 준수한 얼굴에는 주름 하나 없었다.
분명 그의 눈에는 그녀에게 긁혀서 생긴 흉터가 있는데 왜 지금은 없는 걸까?
그 상처는 배민훈과 싸우다가 그녀가 실수로 상처낸 것이다.
한편 배민훈은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바라보며 그녀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
"아니... 불가능해... 이건 거짓이야, 나는 이미 죽었어!"
"이건 분명 천국이야, 진짜일 리가 없어! 오빠는... 나를 버렸어!"
그때 배민훈이 입을 뗐다. "일단 일어나. 응?"
하지만 송민지는 여전히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오빠, 무슨 해에요? 20XX년이 맞나요?"
배민훈이 손을 내밀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대답했다. "지금은 2007년, 밤 12시야. 밖을 봐. 아주 어두워."
송민지는 믿기 힘들다는 듯 익숙한 배민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가... 내가 죽지 않았어!'
'게다가 다시 살아났어!'
배민훈은 그녀를 천천히 부축하더니 조심스레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송민지의 손에 적지 않은 피가 흘러 배민훈이 그녀의 손에 묻은 피를 말끔히 닦아주었다.
그녀는 자살한 뒤, 마지막 숨이 붙어있을 때, 한철웅에게 산 채로 묻히지 않았던가.
한편 배민훈은 흥분한 그녀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혼수 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악몽을 꾸었다고 생각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