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온미라는 얌전하고 다소곳한 모습으로 일의 경과를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허영심 많은 언니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동생을 속였다'는 딱지가 온세라에게 씌워졌다. 온세라는 바로 옆에 서서 온 미라의 연기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소시연의 혐오적인 시선에도 변명하지 않았다. 필요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소시연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으니 자신을 믿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소시연은 더러운 것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곁눈질했다. “어쩐지 네가 떠나려고 하지 않더라니. 너는 최씨 가문의 재산을 보고 온 거였구나. 정말 허영심 많은 나쁜 계집애 같으니라고!” 온미라는 이에 기뻐하며 아랫입술을 깨물고 온세라에게 다가가 둘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가 너한테 꼭 협조하라고 했어.” 온세라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눈동자를 움츠렸다. [뭘 하려는 거야?] 온미라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수화를 이해하고 웃으며 속삭였다. “넌 상관하지 마. 나한테 협조만 잘하면 돼. 그렇지 않으면... 아빠한테 일러바칠 거야.” 소시연은 두 사람이 교류하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온미라를 바라보았다. “너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온미라는 일부러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언니는 이제 나를 싫어한다고 해서 미안하다고,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얘기하는 중이었어요.” 소시연은 코웃음 쳤다. “이게 무슨 꼴이람! 부잣집을 목표로 꼬리치는 년을 많이 봤는데 벙어리가 이렇게 밉살스러운 건 처음 봤어.” 헐뜯는 말을 많이 들어 온 온세라는 마음이 마비된 지 오래다. 이후 소시연의 태도가 누그러지자 두 사람은 곧 웃음꽃을 피웠다. 어쨌든 벙어리 온세라보다 온미라가 더 마음에 들고 말도 잘하니 몇 마디로 소시연을은 기분이 좋았다. 오히려 온세라가 아무 상관도 없는 남처럼 옆에 서 있었다. 저녁 무렵에 최서진이 돌아왔다. 구김 하나 없이 깔끔한 블랙 수트 차림에 깔끔한 단발머리를 뒤로 넘긴 채 섹시한 이마를 드러내 비즈니스맨의 티를 풍겼다. 얼굴의 흉터는 무섭지만 얇은 입술을 꾹 다문 모습은 남자답고 귀티가 났다. 온미라는 그를 보자마자 멍해졌다. 외부에서는 최서진이 추함의 극치라는 소문이 있다. 온미라도 믿었다. 그러나 이 남자의 얼굴에 흉터가 있어도 이렇게 멋진지 몰랐다! 온미라는 마음속으로 깊이 후회됐고 억울했다. 그가 이렇게 남자다운 줄 알았다면, 그녀는 애초에 절대로 온세라에게 공짜로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가 그녀에게 시킨 일을 다시 떠올렸다... 마음속은 온통 고민투성이였지만, 결국 그녀 자신만의 결론이 났다. ‘최서진이든 김찬혁이든, 이 두 남자를 모두 가질 것이다!’ 이 두 남자가 그녀를 사랑하게 되면 아버지의 목적은 변칙적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서진 오빠, 오셨어요?” 온미라는 숙녀답게 수줍음을 타는 듯 다가서며 말했다. 이렇게 뛰어난 남자가 애당초 자기에게 청혼한 것을 생각하면 알 수 없는 우쭐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최서진이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했다. 온미라가 의아한 건 물론 소시연도 믿을 수 없었다. ‘처음에 최서진이 먼저 청혼했으니 분명 나를 좋아했을 텐데, 왜 이렇게 반응하지? 온세라가 대리 시집가는 일 때문일까? 그래서 화가 나서 일부러 푸대접한 거야?’ 이런 생각에 온미라는 바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진 오빠,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요.” 최서진은 그녀가 온재혁의 일을 위해 왔다는 것을 알고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따라와.” 온미라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얼른 따라갔다. 온세라는 소파 옆에 서서 계속 그를 바라보았다. 최서진은 바로 2층으로 올라가서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소시연도 존재감 전혀 없는 온세라를 힐끗 봤다. “봐, 서진이가 좋아하는 건 미라인데, 여기 네 자리가 어디 있어?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면 빨리 떠나. 나중에 처참한 꼴을 당해서 굴욕을 자초하지 말고.” 온세라는 소시연의 비꼬는 소리를 하도 들어서 무감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결혼 전 온미라가 시집올 줄 알았던 최씨 집안은 왜 하객도 없고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최서진이 먼저 온미라에게 청혼까지 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이상해도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자기 방으로 돌아온 온세라는 갑자기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가 몇 통 걸려온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뜻밖에도 재일 병원 쪽에서 전화한 것이었다. 온세라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온세라 씨죠? 환자에게 지금 상황이 좀 생겼으니,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와주세요.” ‘외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