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7장
산골짜기에 위치한 정산은 인신매매 집단을 제외하면 사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온세라는 어릴 때부터 친구가 없었다.
나중에 정산으로 유괴된 최서진을 만났는데, 그 시절은 온세라의 어린 시절 중 몇 되는 가장 행복한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오빠, 우리 집에 불났대요.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니, 돌아가지 마.”
“오빠는 얼른 가요.”
“안돼.”
불이 난 작은 마당에는 눈가에 흉터를 가진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는 쏟아부은 휘발유 통을 한켠에 던지고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점점 더 타오르는 거센 불길을 쳐다보았다.
“우리 엄마가 아직 안에 있어요.”
“말하지 마.”
최서진은 온세라가 아무리 울부짖고 보채도 입을 막은 채 결코 놓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눈가에 흉터를 가진 남자가 떠날 때쯤 온세라도 어느새 실신했다.
두 아이가 산 아래로 도망치기도 전에 불은 걷잡을 수도 없이 커졌고 ‘펑’하는 소리와 함께 마당은 물론이고 산 전체에 불길이 번졌다.
“뛰어. 얼른 뛰어.”
“...”
“엄마. 엄마.”
귓가에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에 온세라는 악몽에서 깨어났고 고개를 돌리니 침대 옆에 서 있는 작은 아이가 보였다.
온세라는 눈꺼풀이 무거운 듯 눈을 반쯤 뜨더니 죽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준아, 너 왜 여기 있어?”
“오늘 주말이잖아요. 엄마 어디 아파요?”
“몸이 좀 안 좋네. 하준이 혼자 아침 챙겨 먹을 수 있지?”
“당연하죠.”
하준이의 밝은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온세라는 눈을 감고 싶은 잠에 빠졌다.
하준은 열이 나는 온세라의 이마를 만져보더니 재빨리 냉장고로 달려가 얼음주머니를 가져왔고 그것을 수건으로 감싸 온세라의 이마에 얹어 열을 식혔다.
이 모든 걸 마치고 침대 옆에 가만히 서 있던 하준은 괴로워하는 온세라의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졌다.
‘열이 안 내리면 정말 큰일 날 텐데...’
잠시 고민하던 하준은 결심한 듯 작은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그 시각 최씨 가문의 별장.
최서진은 온세라의 일 때문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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