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8장
“당시 그 일은 너무 많은 사건과 연관되어 있어. 남겨두면 내가 따로 쓸모가 있어서 그래.”
온재혁의 목소리는 공기에 대고 말하는 것 같이 깊고 멀게 들렸다.
“세라는 온성 제약의 명맥과 연관되어 있어.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우리 집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키우지 않았어.”
온미라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온재혁이 나가고 그녀는 침대 옆에 앉아 물을 한 모금 벌컥 들이켰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란 그녀는 지금까지 그의 입에서 온세라가 아주 중요한 인물이라는 걸 들은 적이 없었다. 놀라움보다는 분노가 더 컸다.
그 벙어리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온씨 가문의 명맥과 관련될까?
...
강성은 겨울이면 만물이 흩날리고 낮의 거리는 더욱 한산해진다.
구로구에 있는 한 재봉소.
심안희는 커튼을 젖히고 들어와 얼어붙은 손을 비볐다.
그녀는 정직을 먹고 줄곧 집에서 빈둥거리며 할아버지의 재봉소 일을 도왔다.
“찾았어요?”
방 한구석에서 김찬혁이 벌떡 일어섰다.
그가 남원 별장에서 온세라의 쪽지를 받은 지 꼭 두 달이 지났다.
심안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아무런 소식도 없어요.”
“어떻게 이럴 수 있죠? 마치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김찬혁은 마음이 급해 났다.
“벌써 두 달이에요. 안 되겠어요. 내가 가서 물어봐야겠어요.”
“가서 물어본다고 알려주겠어요?”
심안희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은 무소식이 희소식일 지도 몰라요.”
“그럼 이렇게 계속 기다리고만 있을 거예요? 안 찾아요?”
두 달 전, 그는 그 쪽지를 받은 후 온세라를 데리고 출국하려고 했지만, 다음날 다시 온세라를 찾으러 남원 별장으로 갔을 때, 그녀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그렇게 큰 별장에 진여화 한 사람만 남아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온세라는 그렇게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는 곧장 심안희를 찾아왔다. 그녀의 직책으로 어떻게든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최서진은 아주 신중한 사람이에요. 작정하고 사람을 숨기면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없을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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