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8장

“내가 할 말은 이게 다야. 서진 오빠가 언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제 알겠지?” 온미라가 차갑게 웃으며 비아냥댔다. “언니를 그렇게 아껴주던 할머니가 억울하게 죽었는데 그래도 서진 오빠 옆에 붙어 있는다면 정말 배은망덕한 거지.” 온세라가 가슴을 부여잡았다.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게 너무 아팠다. 예쁘장한 얼굴도 고통에 일그러졌다. “세라 씨, 괜찮아요?” 심안희가 온세라를 부축했다. “가서 의사 불러올게요.” 온미라가 가지 않고 계속 서 있자 심안희가 언성을 높였다. “거기 서서 뭐 해요? 안 가요?” 화들짝 놀란 온미라가 발을 삐끗했다. “누가 안 간대요? 뭐 대단한 것도 없는데 가지 말라고 해도 갈 거거든요?” 하이힐 소리가 복도에서 사라졌다. 심안희가 의사를 부르려 했지만 온세라가 말렸다. “왜요? 어디 아파요?” 온세라가 이를 악물었다. 너무 갑갑한지 수화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다 왈칵 피를 한 모금 토해냈다. “세라 씨.” 심안희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링거 바늘을 혈관에 찔러넣은 의사가 수액이 떨어지는 속도를 조금 늦추더니 당부했다. “지금 환자분의 정서가 너무 불안정합니다. 일단 진정하고 몸조리하는 게 좋아요. 절대 자극을 받으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닙니다.” 의사가 나가고 온세라가 서서히 눈을 떴다. 심안희가 침대맡에 앉으며 말했다. “좀 어때요?” 온세라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고개를 젓지도 않았다. 머릿속엔 온통 온미라가 한 말뿐이었다. 할머니가 납치된 것도 최서진 때문이었다. 그렇게 최서진에게 할머니를 구해달라고 애원했는데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신고까지 하는 바람에 납치범이 약속을 어긴 것이다. 최서진이 간접적으로 할머니를 죽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악랄한 살인자다.” “이런 일이 닥치면 신고하는 것도 정상이죠.” 심안희가 이불을 여며주며 위로했다. “온미라 씨가 한 말 마음에 담아두지 마요. 온세라 씨 괴롭히려고 안달 난 사람인데 이 기회를 놓칠 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