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장
멈칫하던 최서진이 고개를 숙였다. 온세라의 말처럼 단추가 잘못 끼워져 있어 셔츠 꼴이 엉망이었다.
잠시 후, 최서진의 나지막한 음성이 방안에 울렸다. “네가 해줘.”
온세라는 최서진의 억압적인 눈빛을 받으며 할 수 없이 매끈한 손을 내밀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이불이 떨어지기라도 할까 싶어 이불을 꽉 잡은 채 최서진의 잘못 끼워진 단추를 힘겹게 풀어냈다.
최서진은 공기 중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하얀 어깨를 바라보며 눈동자가 점차 짙어졌다.
“날 유혹하려고 꾸물거리는 건가?”
온세라는 셔츠를 채우던 손을 멈추고 재빨리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아니야?”
최서진의 시선을 따라 눈동자를 내린 온세라는 깜짝 놀란 비명을 지르며 이불을 꽉 쥐었다. 청아하고 하얀 얼굴이 순식간에 잘 익은 새우처럼 빨개지며 귀까지 벌겋게 변했다. 온세라는 그런 자신의 얼굴을 이불 속에 숨겼다.
궁지에 몰린듯한 온세라의 모습에 최서진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유쾌했다.
셔츠 단추를 다시 채운 최서진은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떠났다.
“아직 시간이 이르니까 힘들면 더 자.”
가벼운 느낌의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오래도록 방안을 맴돌았다.
온세라가 정신을 차렸을 때, 최서진은 이미 방을 나가고 없었다.
최서진이 이토록 평온한 어투로 자신과 대화를 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나를 걱정하는 걸까?’
“징징...”
핸드폰 진동소리가 침대 머리맡에서 들려왔다.
‘기태하’라는 이름으로 도착한 메시지를 바라보며 온세라는 정신을 다잡았다.
도서관 카트를 밀고 책꽂이 사이를 헤치고 지나간 기태하는 온세라를 도와 높은 곳에 위치한 책장에 대신 책을 넣어 주었다. “다리는 좀 괜찮아?”
온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다 나았어.]
“짐 정리는 다 되어가고?”
[정리할 것도 없어. 나는 언제든지 떠나도 되는데 할머니가 걱정돼.]
할머니의 건강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아 장기간의 이동을 견디기 힘들었다.
기태하가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해결할게. 내 친구가 사립병원에 있는데 도움을 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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