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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강지한과 강원우는 공공버스를 타고 전일 고등학교로 향했다. 강지한은 담배와 술이 담긴 봉지를 꽉 잡은 채 이용진의 사무실 문 앞에 도착했다. 안에서 대머리 남자가 차를 마시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데 그가 바로 이용진이었다. “여보세요? 자기야, 걱정 마. 아이에 관한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이번에 수능 마치거든 우리 함께 여행 가자. 이만 끊을게. 사랑해, 뽀뽀.” 뚱뚱한 얼굴에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으니 토가 나올 것만 같았다. 강지한이 살며시 노크하자 화들짝 놀란 이용진은 휴대폰을 숨기고 정색한 얼굴로 돌아왔다. “들어와요.” 나란히 들어온 부자 두 명을 보더니 이용진의 안색이 확 변했다. “왜 또 너야? 당장 꺼져!” 이때 강지한이 재빨리 양주와 담배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선생님, 우리 애가 철없이 굴어서 정말 죄송해요...” 이용진은 가당치도 않은 술과 담배를 보더니 야유를 퍼부었다. “왜요? 정직한 선생님에게 뇌물 공세라도 하려고요?” 강지한은 애원 조로 말했다. “선생님, 제발요! 우리 원우 이제 곧 대학입시인데 이대로 퇴학당하면 인생 망쳐요!” 이용진이 별안간 양주를 바닥에 내던졌다. “꺼져! 이딴 자식 인생 망치든 말든 나랑 뭔 상관이야! 경비원 부를까?” 산산조각이 난 양주와 험상궂은 이용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강지한은 사색이 되었다. 그는 담배와 겨우 주워 담은 술병을 들고 이제 막 사무실을 나서려 했다. 문밖을 나설 때 간수연이 마침 문 앞에 서서 측은한 표정으로 강원우를 쳐다봤다. 그녀는 한때 강원우가 다니던 3반 반장이고 소문난 엄친딸이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예쁜 외모까지 지녀서 퀸카라는 호칭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녀는 강원우가 퇴학을 당한 사실도 진작 알고 있었고 방금 일어난 광경도 모조리 지켜봤다. 간수연은 옅은 한숨을 내쉬며 강원우에게 동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퇴학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치명적인 상처다. 또한 그녀는 강원우에게 은근히 호감을 지니고 있다. 공부는 못해도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남을 잘 도와주는 착한 남자니까. 간수연은 가끔 공부에 지칠 때 농구장에 와서 강원우가 농구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기도 하고 골을 넣을 때마다 응원의 함성까지 보냈다. 농구 외에도 강원우는 취미가 다양하다. 기타도 잘 치고 탁구 실력도 좋으며 무엇보다 의리가 차 넘친다. 한때 학교 학생이 동네 건달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강원우가 선뜻 나서서 정의를 구현했다. 다만 이 모든 장점은 전일고에 단지 문제아로 낙인됐고 대학 입시율에만 영향을 미치니 퇴학을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간수연은 뛰어난 성적으로 전국 5위 안에 드는 명문대에 진입할 테지만 강원우는 운이 따라줘도 겨우 4년제에 입학하거나 전문대 심지어 노가다를 뛰어야 할 운명이다. 고등학교는 결코 한 사람의 미래를 결정할 수 없다. 훌륭한 인재는 반드시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간수연도 이렇게 생각하지만 슬픈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강원우와 슬슬 인생의 갈림길에 서게 됐고 이대로 흩어지면 아마 평생 멀어질지도 모른다. 강원우 부자가 떠난 후 이용진은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는 활짝 웃으면서 간수연을 안으로 들였다. 그에겐 더할 나위 없이 자랑스러운 제자이니까. 전일고의 규정에 따라 제자가 전국 5위의 명문대에 입성하면 담임 선생님도 1억 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이러니 간수연을 이뻐하지 않을 수가 없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강지한은 미간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없었다. 강원우도 줄곧 침묵했지만 마음속에 거친 파도가 휘몰아쳤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강지한은 아들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무조건 대학입시를 봐야 한다고 격려했다. 한편 민수아는 아들의 옷이 또 훨씬 작아지니 새 옷을 두 벌 정도 사주기로 했다. 부모님이 나간 후 강원우는 재빨리 방에 돌아와서 공부했다. 오늘 일은 그에게 막대한 충격을 남겼다. 아빠가 다 쏟아진 술병과 담배를 줍던 초라한 모습을 떠올리면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았고 이용진이 극도로 혐오스러웠다. 하지만 가장 괴로운 건 자신을 쳐다보던 간수연의 측은한 눈빛이다. 그도 간수연 같은 여학생에게 환상을 품고 있지만 둘 사이의 현저한 차이를 너무 잘 안다. 다만 이제 모든 게 달라졌다. 강원우는 충분히 운명을 뒤바꿀 수 있다. 오후 내내 그는 공부에 도취했다. 이제 어떠한 문제도 어렵지가 않고 술술 잘 풀렸다. 다음날 이른 아침 강지한이 또다시 술과 담배를 들고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그들의 목표는 강천 고등학교라는 사립학교였다. 이 학교는 전일고의 대각선 쪽에 있다. 전일고의 공부왕들과는 달리 강천 고등학교는 오합지졸들이 모인 곳이다. 두 사람이 사무실 앞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맞이했다. 강지한은 술과 담배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강원우를 불러왔다. 하도진 선생님께 깍듯이 인사를 올리자 선생님은 강지한이 들고 온 담배를 꺼내더니 살며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강원우라고 했나? 너희 아빠 체면 봐서 받아준 거야.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 돼. 한 달 동안 말썽부리지 말고 얌전히 있어. 소란 피우기만 하면 바로 퇴학이야!” 하도진은 강원우의 성적표를 봤는데 하찮은 점수에 딱히 큰 기대도 걸지 않았다. 무사히 졸업만 하면 되니까. 아빠가 떠난 후 강원우는 하도진을 따라 교실에 가서 본격적으로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교실에는 카드놀이를 하는 학생들, 모바일 게임을 하는 학생들, 책상에 엎드려서 자는 학생들로 가득했고 또 일부는 아예 땡땡이를 치고 나오지도 않았다. 전학생으로 온 강원우는 학생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 주어진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강천고에서 대학입시만 잘 보면 되니까. 이 학교를 발판으로 무조건 수능을 잘 보는 게 목적이다. 하루가 그렇게 순삭했다. 하학종이 울린 후 강원우는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섰다. 푸른 하늘처럼 그의 마음도 한결 홀가분해졌다. 요즘 부지런히 공부하고 스스로 테스트해보았는데 점수가 점점 잘 나왔다. 예전에 전문대도 넘보지 못하던 강원우는 어느덧 명문대의 문턱에 다가가고 있었다. 확연히 제고되는 성적에 그의 자신감이 하늘을 치솟았다. 건너편의 전일 고등학교에도 하학종이 울리고 바람이 살살 불어왔는데 학생들의 피로를 싹 풀어줄 것만 같았다. 가슴을 쭉 펴고 나오는 전일고 학생들과 달리 강천고 학생들은 작고 왜소해 보였다. 전일고 학생들은 성적이나 집안 조건이나 강진시에서 손꼽히는 수준이고 앞날이 창창할 따름이다. 제아무리 강천고 레전드 인물이라고 해도 전일고의 평범한 학생 앞에서 존재감조차 드러내지 못한다. 다만 빛나던 전일고는 이제 강원우의 인생에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을 뿐이다. “원우야!” 불현듯 들려오는 목소리에 강원우는 사색에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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