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시간은 이미 7시를 가리켰지만 주하준은 여전히 생일 파티를 시작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소파에 앉아 라이터 하나를 손에 쥔 채 무심한 표정으로 라이터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가끔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기도, 휴대폰을 확인하기도 했다.
“오빠.”
송민하는 입술을 깨물며 그의 소매를 살짝 당겼다.
“너무 늦었어. 다들 배고플 거야.”
주하준은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미소에는 서운한 기색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네가 배고픈 거겠지.”
그는 송민하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농담처럼 말했다.
“나 진짜 배고파 죽을 것 같단 말이야! 케이크 빨리 먹고 싶어.”
송민하는 자연스럽게 그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
그 순간 주하준은 익숙하면서도 은은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순간 그는 멈칫하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오늘 무슨 향수 썼어?”
“화장대에서 아무거나 뿌렸어.”
송민하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왜 그래, 오빠? 냄새 별로야?”
주하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그 향기는 진여정이 늘 사용하던 향수 냄새와 비슷했다.
하지만 정확히 무슨 브랜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그의 생일 파티를 즐기고 있을 때, 주하준은 담배를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여전히 아무런 답장도 없었다.
그는 진여정이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진여정은 그의 생일을 늘 함께하겠다고 했지만 오늘 그 약속을 저버렸다.
주하준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고 입가에는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
[진여정, 죽기라도 한 거야? 왜 답장이 없는 거지?]
그는 메시지를 작성해 전송했지만 메시지는 보내지지 않았다.
차단당한 것이다.
주하준은 곧장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발코니에서 어둑한 밤하늘을 바라보던 그는 왠지 모를 화가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여정을 버린 것도, 새로운 연인을 찾은 것도, 그녀가 더는 자기에게 집착하지 않길 바란 것도 모두 그였다.
이제 모든 게 그의 바람대로 되었지만...
왠지 생각했던 것처럼 기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