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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나와 고유안의 결혼식은 이듬해 봄에 열렸다. 내 친구 이희연은 어릴 적의 약속대로 나의 들러리가 되어주었다. 나는 하성의 친구와 친척들에게 내 결혼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소식은 바로 퍼졌고, 결혼식 당일 아버지와 주하준이 함께 찾아왔다. 고유안은 나의 생각을 물었다. 메이크업을 받는 중 나는 무심코 고개를 들어 거울 속의 나와 곧 내 남편이 될 사람을 바라보았다. 신부 화장은 평소보다 더 진해야 했기에 거울 속의 나는 평소와는 많이 달라 보였다. 마치 고유안이 나를 위해 우리 신혼집에 가득 채워 넣은 꽃처럼 수줍고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오늘 턱시도를 입은 고유안은 더욱 멋지고 매력적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서로의 눈 속에 담긴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만나고 싶지 않아.” 고유안은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처리할게.” “응.” 나는 과거의 사람과 과거의 일을 더는 만나고 싶지도,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그 상처들도 언젠가는 서서히 아물어 갈 것이다. 나는 가족과의 깊지 않은 인연을 억지로 유지하기 싫었고 나 자신을 서럽게 만들기도 싫었다. 모든 준비가 끝난 후, 나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부케를 든 채 웨딩 로드를 걸었다. 내가 채 다가가기도 전에 고유안은 참지 못하고 나를 향해 걸어왔다. 그는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간절하게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나 역시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우리는 수많은 축복과 환호 속에서 두 손을 단단히 맞잡았다. 고유안은 모두의 시선을 무시한 채 고개를 숙여 나에게 진한 키스를 했다. 그 키스가 너무 길어 나는 하마터면 숨이 막힐 뻔했다. 한참 뒤에야 그는 나에게서 입술을 떼었다. “여정아.” 그러고는 반지를 내 약지에 끼워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사랑해, 여정아.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했고 아주 먼 미래까지 사랑할 거야.”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이 순간 내 눈에는 미소와 눈물이 동시에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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