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장
“그 사진첩을 보고 이혼을 결심한 거야?”
강윤빈은 가장 납득할 수 없었던 질문을 꺼냈다.
노은정은 주저함 없이 성실하게 답했다.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사실 그 생각은 진작부터 하고 있었어. 사진첩이 도화선이 됐을 뿐이야. 사진첩이 없었어도 어느 날 갑자기 더는 참지 못하고 이혼을 제기했을 거라고.”
확고한 그녀의 말투에 강윤빈은 죄책감이 들었다.
“내가 많이 잘못한 거 알아. 그런데 당신은 왜 그동안 한 번도 나한테 불만을 말하지 않았어?”
노은정은 그를 힐끗 보고는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
“당신도 유세정 씨 좋아하는 거 나한테 숨겼잖아. 나도 당신처럼 침묵을 택했을 뿐이야.”
그녀가 지금도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강윤빈은 다급히 해명에 나섰다.
“세정이를 좋아한 적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아주 오래전 일이야. 결혼한 후로 천천히 잊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고. 당신이랑 잘해보려고….”
노은정은 더 이상 허황된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아 그의 말을 끊었다.
“당신이 언제 짝사랑을 포기했는지 난 관심 없어. 그리고 당신이 나한테 진심이었는지도 이제 궁금하지 않아. 다 지나갔으니까. 다시는 그럴 가치가 없는 일에 시간과 정력을 쏟고 싶지 않아. 내 말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어?”
깨끗하지만 확신에 찬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강윤빈은 오래 준비했던 말들을 도로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쓸쓸하고 착잡한 눈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노은정은 그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주변이 조용해진 틈을 타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고 안대를 썼다.
비행기는 경북 상공을 가로질러 구름 위를 비행했다.
기내가 조용해지자 강윤빈은 고개를 돌리고 평온하게 잠든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착잡하고 들떴던 마음을 달랬다.
과거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거부반응을 보이는 그녀라서 잠시 여기서 멈출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포기하려는 건 절대 아니었다.
두 시간 후, 비행기는 강성 공항에 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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