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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밤이 되자 조용했던 시스템이 갑자기 나타났다. “숙주님, 숙주님에게 남은 시간은 오직 사흘밖에 없으니 미리 준비를 해주십시오.” 우예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니 둥글게 떠 있던 달이 점차 구름에 휩싸였다. 곧 이 세계를 떠나 영영 두 부자와 이별할 것을 생각하니 그녀의 입가에는 가벼운 미소가 번졌다. 세계 탈출 사흘 전. 우예린은 이 세계에서 자기의 모든 흔적을 지웠다. 그녀가 이 세계에 들어온 지도 어언 10년, 그녀와 관련된 물건들은 박스 여러 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처음으로 넣은 것은 고등학교 시절 국어 수업 시간에 보던 시험지였는데 겉보기엔 특별한 것이 없었지만 찬찬히 보면 박시언이 시험지에 쓴 한 줄의 글귀는 특별했다. [박시언의 유일한 사랑 우예린] 두 번째로 넣은 것은 박시언이 프러포즈하던 날 그녀에게 끼워주었던 다이아몬드 반지였다. 그녀는 그날 그의 표정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비즈니스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박시언은 그 순간만큼은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눈시울을 붉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예린아, 드디어 널 내 여자로 만들었어.” ...... 그녀는 이 모든 물건을 소중히 간직하며 먼 훗날 손주들에게 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들려줄 날을 꿈꾸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우예린은 저택 정원 밖에서 불을 지핀 후 모든 물건을 그 불 속에 던져 넣었고 곧 불길이 활활 타올랐지만 그녀는 한 치의 미련도 없이 뒤돌아섰다. 세계 탈출 이틀 전. 우예린은 강지민이 그녀에게 보낸 모든 도발적인 사진, 영상, 그리고 녹음 파일까지 전부 USB에 복사한 후 택시를 타고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 센터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USB를 직원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 USB에 담긴 내용을 모레 도시 전역의 스크린에 반복으로 재생해 주세요.” 직원은 USB에 담긴 내용을 확인하더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더듬었다. “소... 손님, 확실한가요?” 우예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 확실해요. 재생이 시작되면 화면 상단에 이런 문구를 추가해 주세요. ‘박시언, 박승윤, 강지민 세 가족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우예린이.’ 세계 탈출 하루 전. 이날은 박시언과 그녀의 결혼 5주년 기념일이다. 5년 전, 박시언은 고등학교 옥상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청혼했다. 당시 수많은 드론이 하늘에서 청혼 문구와 형상을 만들어내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이 일은 인터넷에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었다. 그들은 매년 이날을 같은 장소에서 기념하기로 약속했었다. 역시나 올해도 우예린이 계단을 내려오자 박시언은 회사에 나가지 않았고 박승윤도 유치원에 가지 않은 채 소파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우예린은 그런 두 사람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그들은 함께 집을 나섰다. 방학이라 그런지 학교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고 박시언은 왼손으로 그녀의 손을, 오른손으로는 아들의 손을 잡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누가 봐도 부러울 법했다. “아빠, 엄마! 두 사람의 이야기 좀 들려줘!” 박승윤의 말에 박시언의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막 이야기를 꺼내려는 순간, 귀를 찌르는 휴대폰 벨 소리가 조용한 분위기를 깨뜨렸고 우예린은 바로 누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지 알 수 있었다. 첫째, 이 벨 소리는 강지민의 전용 벨 소리였다. 둘째, 그날 아침 강지민은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었다. [결혼기념일이 대단할 것 같아요? 내가 전화 한 통만 하면 그 두 사람은 바로 당신을 버리고 나한테 달려올걸요?] 우예린은 가볍게 웃더니 바로 문자를 캡처해 광고 센터 직원에게 전송했다. [이것도 스크린에 추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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