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장
줄줄이 쏟아지는 팩트에 박도준은 눈을 질끈 감고 말문이 막혀서 차마 말을 내뱉지도 못했다.
그는 문득 아주 오래전 꼬마 박이서가 두려워서 잠 못 이루던 그 밤이 생각났다.
곰 인형을 안고 침대 맡에 앉아 그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줬고 거의 끝나갈 무렵에 곰 인형을 베개 옆에 내려놓으면서 가볍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빠가 이 곰 인형처럼 영원히 널 지켜줄게. 절대 널 다치게 하는 일 없어. 넌 영원히 오빠 마음속의 1순위야.”
어린아이는 두 눈을 반짝이면서 환한 미소를 짓다가 스르륵 잠이 쏟아졌다.
“정말이에요?”
“그럼, 우리 약속해.”
“좋아요. 나중에 오빠가 나한테 상처 주면 평생 안 볼 거예요!”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박도준은 다시 비스듬히 눈을 뜨고 눈앞의 그녀를 바라봤다.
정하온은 어느덧 뒤도 안 돌아보고 산 아래로 내려갔다.
“하온아!”
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췄지만 끝내 고개를 돌리진 않았다.
박도준은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우리 정말 불가능한 거야?”
정하온은 결국 뒤돌아보지 않고 그의 시야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박도준도 드디어 손으로 얼굴을 막고 대성통곡했다.
“도준 씨!”
강윤아의 목소리가 그를 깊은 사색에서 빠져나오게 했다.
그녀의 눈가에는 더 이상 증오와 원망 따위 없었고 오직 슬픔으로 가득 찼다.
이전에 그녀는 박씨 가문에 시집오기 위해 갖은 만행을 저질렀고 유일한 절친 정하온까지 잃었다.
마침내 박도준의 와이프가 되었지만 진심으로 사랑한 이 남자가 마음속에 딴 여자를 품고 있을 줄이야.
방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난 뒤 강윤아는 철저히 깨달았다.
박도준은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오직 본인만 소중히 여길 뿐이다. 강윤아가 4년 동안 희생한 모든 것이 먼지가 되어 바람 따라 흩날렸다.
조금만 더 일찍 정신을 차렸다면 한시라도 빨리 박도준을 떠나고 박씨 가문에서 나오는 것인데, 이제 강씨 가문과도 연을 끊었고 박정훈 부부에게도 미운털이 박혔으니 이 남자에게 바짝 달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슬픈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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