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같은 시각……
골든호텔의 꼭대기 층은 33층이다.
회장 사무실 안.
골든호텔 지배인 유선호는 30대로 보이는 남자 앞에 서 있었다.
남자는 회장 자리에 앉아 반쯤 누운 채 두 발을 책상에 올리고 있었다.
이 남자는 바로 골든호텔의 최대 주주이자 회장인 박수홍이었다.
박수홍은 "유선호씨 요즘 호텔에 무슨 일 있어요?"라고 물었다.
그는 강남성에 일을 보러 온 김에 겸사겸사 호텔을 들렀다. 이번엔 예외적이 였고, 원래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들르곤 했다.
유선호는 "아닙니다 회장님, 현재 모든 일이 순조롭고 업무량은 꾸준히 증가하여 작년 동기 대비 20% 정도 증가했습니다."라고대답했다.
"좋네, 유선호씨 아주 훌륭합니다. 연말 보너스는 두 배로 늘리고, 호텔 직원 보너스는 50% 인상하도록 하세요."
유선호는 몸을 숙이며 "감사합니다 회장님!"이라고 공손하게 말했다.
박수홍은 "그럼, 더 보고할 사항이 없으면 가서 일 보세요! 전 잠깐 들린 거 라 금방 가볼 거 예요" 라고 말했다.
유선호는 속으로 고민하다 “회장님,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어제 어떤 손님이 호텔에서 회원권을 만들고 바로 200억을 충전했습니다." 라고 말을 꺼냈다.
“뭐? 개인 명의로요 아니면 회사 명의로요? 박수홍이 관심을 보였다.
"개인 명의요, 게다가 어제 한 끼에 3억 원어치나 시키셨는데 이렇게 매일 최상급으로 식사를 준비해달라고 하셨고, 만약에 자기가 오지 않으면 버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보기엔 졸부 같은데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죠?”
"서류상으로는 스물 한 살이고 강남대학교 학생인 것 같습니다."
"스물 한 살? 학생? 200억 충전해서 밥 먹었다고요? 살면서 이런 사람 본 적 있어요?"
"아뇨 회장님,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어제 그는 하루 종일 로비 매니저인 조현영이 접대했습니다."
"그래요? 조현영 좀 불러주세요."
"예 회장님!"
유선호는 곧바로 무전기로 "조현영 매니저 있나요? 있으면 대답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윽고 무전기에서 "유선호 지배인님, 조현영 매니저님은 오전에 나가셔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유선호는 박수홍을 슬쩍 쳐다보더니 무전기에 대고 "그녀가 무엇을 하러 갔는지 아는 사람 있어요?"라고 되물었다.
"모르겠어요, 저희한테 아무 말 도 안하고 갔어요!"
유선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박수홍을 바라보며 "사장님, 제가 직접 전화해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박수홍은 무표정으로 "아뇨, 여기서 기다리죠. 조현영 매니저가 언제 돌아오는지 한번 지켜봅시다. 그리고 유선호씨, 지금 근무시간인데 조매니저는 호텔에도 없고, 말도 없이 마음대로 외출하고 직원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관리를 하고 있는 겁니까?"라고 말했다.
유선호는 "죄송합니다 회장님, 전부 제 잘못입니다. 반드시 직원교육을 엄격하게 하여 호텔을 재정비 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는 속으로 화가 났다. ‘조현영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평소에 일도 잘하고 실수 한 번을 안 하더니, 하필 이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해서 그에게 야단을 맞지?’
두 사람은 사이엔 정적이 흘렀다. 박수홍은 고개를 숙인 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유선호는 부동자세로 서있었다. 그는 조현영이 빨리 돌아 오기만을 기다렸다.
............
두 사람은 호텔로 돌아왔다.
임동현은 바로 식당으로 갔다.
조현영이 프런트 데스크에 도착했을 때 다른 직원이 그녀에게 지배인 유선호가 그녀를 찾았다고 전해줬다. 이 소식을 들은 조현영은 곧바로 그의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에 지배인 유선호가 없는 것을 발견한 조현영은 무전기를 꺼내 "유선호 지배인님, 들리세요? 조현영입니다. 저 지금 지배인님 사무실 앞에 있는데 혹시 어디에 계십니까?"라고 소리쳤다.
회장님 옆에 서있던 유선호의 발이 저려오기 시작했을 때, 무전기에서 조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조현영 씨, 회장실로 오세요."라고 대답했다
회장실로 오라는 말을 들은 조현영은 가슴이 철렁했다. 게다가 유선호의 말투에서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그녀를 회장실로 부른 건 분명 회장님이 온 것이 틀림없다. 박수홍 회장님은 정말 신비로운 사람이었다. 조현영이 이 호텔에서 근무한지 3년이 넘었지만, 매년 연례 회의 때 그를 딱 한 번 볼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 갑자기 나타나 하필이면 그녀가 호텔에 없는 시간에 그녀를 찾았다.
이번 일을 잘 해결 못하면, 그녀는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아직 임동현을 제대로 얻지 못했는데, 만약 직장을 잃게 되면 정말 곤란해진다.
조현영은 부랴부랴 회장실로 달려갔다.
몇 분 후….
그녀는 회장실 앞에 도착했다.
"똑.... 똑...."
조현영은 사무실 문을 두 번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안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현영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지배인 유선호가 서 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회장 박수홍이 앉아 있었다.
조현영을 부들부들 떨며 "회장님, 지배인님, 안녕하세요, 조현영입니다."라고 말했다.
박수홍은 인사를 하며 들어오는 조현영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예쁘고 몸매도 좋으며, 유니폼을 입으니 커리어우먼의 매력을 더 잘 드러났다. 호텔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있을 줄은 몰랐다. 로비 매니저로 일하기엔 너무 아까워 보였다…
박수홍은 "조현영 매니저님, 근무시간에 아무 말도 없이 제멋대로 자리를 비우시는데, 어떻게 이 로비 매니저 자리를 맡고 계신거죠?”라고 매섭게 물었다.
조현영은 회장실에 들어오자마자 박수홍의 꾸짖음을 듣고 더욱 긴장했다. 그녀를 이런 분위기가 견디기 힘들었지만 "회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고객을 모시고 나가는 바람에 자리를 제멋대로 비웠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박수홍은 "고객 모시고요? 우리 호텔에서 언제부터 로비 매니저가 고객을 모시고 나갔었죠? 호텔을 위해서 인가요, 아니면 사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인가요?”라고 날카롭게 물었다.
박수홍은 이런 여우 같은 여자들을 잘 알고 있었고, 그 여자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다. 그래서 분명 조현영도 그런 사람 중 한명이라고 생각했다.
맨 처음 회장실을 들어올 때 조현영은 박수홍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박수홍은 그녀가 고객을 모시고 나갔다는 말을 듣고, 조현영도 그런 여자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주 이런 식으로 손님에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손님과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잠도 자고, 모든 것을 다 했다.
조현영은 언짢아하며 "회장님, 저를 그냥 해고시켜도 되는데 모욕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임동현 고객님께서 차를 사고 싶어 하셨는데 따로 차 한 대를 몰고 왔기 때문에 저에게 새 차를 사게 되면 그 차 좀 같이 가져와줄 수 있냐고 부탁했습니다. 임동현 고객님은 우리 호텔의 귀빈이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부탁을 들어 드린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박수홍은 그녀를 돈만 있으면 잘 수 있는 가벼운 여자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억울했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왜냐면 그녀는 한 번도 그런 짓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올해 스물일곱 살이 되었고, 이런 문란한 사회에서 그녀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모든 유혹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버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박수홍은 "임동현 고객님이 누구시죠?"라고 물었다.
유선호는 "어제 200억을 충전한 그 귀빈일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박수홍은 "그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번엔 조현영이 "임동현 고객님은 지금 3번 방에서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박수홍은 "가봅시다. 우리 같이 귀빈을 만나서 조현영 매니저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봅시다."라고 말했고 일어나 사무실을 나서자 유선호와 조현영이 급히 뒤를 따라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