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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장

그러면서 소은혜는 묵묵히 주위를 둘러봤다. ‘왜 아직도 중독 반응이 없는 걸까?’ “국이 마침 잘 되었는데 소금을 늦게 넣어 무가 덜 익었어. 다음에는 소금을 좀 일찍 넣으면 돼.” 이수영은 국을 마시고 무를 한 조각 먹은 후 웃으며 소은혜에게 조언했다. 웃는 얼굴은 침 뱉지 않는다고 했다. 비록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이수영은 호의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말했다. “아줌마는 나이가 들어서 미각이 무뎌졌나 봐요. 제가 먹기에 딱 좋았어요.” 민준혁은 무를 한 조각 집어 입에 넣으며 직설적으로 말했는데 그 목소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차갑고 딱딱하며 아무런 기복과 정서가 없었다. 이수영의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민 단장님께서 이 촌뜨기를 이토록 감싸주다니.’ 이수영은 갑자기 기분이 언짢아졌다. 이 상황을 본 민지영은 국을 한 숟가락 뜨며 맛을 보려고 했다. 박유나는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며 먹었던 음식을 다 토해냈을 뿐만 아니라 입술은 이상할 정도로 검은색을 띠었다. “유나야, 왜 그래?” 이수영은 깜짝 놀라 물었지만 어쩐지 자신도 메쓰거워났다. “엄마, 저 숨쉬기가 힘들어요.” 국을 한 그릇 다 먹은 박유나는 괴로워하며 말했다. 뒤이어 소은혜도 메쓰겁고 속이 불편해졌다. 소은혜는 아질산염의 독성이 이렇게 강한 줄 몰랐다. 별로 먹지 않았지만 이렇게 심한 반응을 일으켰는데 다행히 의식은 말짱했다. 다른 사람들의 중독 반응은 분명 그녀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이 과장님, 박유나 씨, 두 사람 손과 입이...” 두 사람의 입술과 손의 피부가 검은색을 띤 것을 본 민지영은 놀랍고 걱정도 되어 몸을 일으켰다. 민준혁은 순식간에 알아차리고는 말했다. “중독된 것 같아요. 빨리 구급차를 불러야 해요.” 중독이라는 말을 들은 이수영은 그날 백화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소은비가 일부러 복수하는 줄 알고 손가락으로 소은비를 가리켰다. “너 감히 음식에 독을 탔어? 정말 지독한 년이야!” “언니, 진안시에서 학교를 다닐 수 없고 민씨네 식구들이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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