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장

소은비는 민준혁을 곁눈질해 봤지만 반응이 없자 그제야 민준혁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민준혁은 앉을 때 다리를 벌리고 앉았기 때문에 소은비의 다리를 책상 밑에 넣었을 때 무릎이 실수로 민준혁의 허벅지에 닿았다. 민준혁은 곧 두 다리를 거두어 들이고 몸을 곧게 펴고 앉았는데 안색은 더욱 차가워졌다. 소은비도 다소곳이 그의 곁에서 조금 멀어졌다. 민지영은 고기찜을 맛보고 맛있다고 생각하여 이수영에게도 집어주었다. “소은비가 고기찜을 아주 잘 하는데 이 과장님 맛 좀 보세요.” 이수영은 집어서 한 입 맛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아하니 집에서 많이 해 본 솜씨네요. 진안시에 오자마자 가정부 일을 찾을 수 있는건 이유가 있었어요. 그런데 고기거 좀 흐물흐물해졌네요. 너무 오래 끓일 필요 없는데. 고기는 쫄깃쫄깃해야 맛있어요.” “그리고 이 생선은 우리 가정부는 간을 하지 않은 찜을 하는데 생선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양념 찜을 하면 오히려 양념 맛에 가려지죠.” 이수영는 활짝 웃으며 소은비의 음식을 비평하더니 마지막 한마디는 칭찬으로 마무리했다. “역시 시골에서 온 아가씨는 손재주가 좋고 유능해요. 우리 박유나처럼 공부만 열심히 하고 성적만 좋으면 뭐해요? 요리도 못 하는데.” “엄마, 요리하다 보면 레시피 보고 할 수 있어요. 시험처럼 어렵진 않아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단점을 말하자 박유나는 시무룩해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려 애썼다. “하긴, 나중에 결혼해서 요리 연습 많이 하면 할 수 있을 거야.” 이수영이 맞장구를 쳤다. 박유나를 치켜주기도 하고 힘들게 한 끼 식사를 한 소은비를 한 푼의 가치도 없다고 깎아내리는 그녀를 보며 민준혁은 눈살을 찌푸리고 조금 반감이 생겼다. 그는 성격이 강직해서 좋은 것 좋고 나쁜 건 나쁘다고 생각했다. 소은비가 요리를 잘한 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고 맛이 없어도 다른 사람의 고생한 것을 존중해주며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다. “아주머니, 이 음식들은 모두 할머니와 아저씨의 입맛에 맞게 만들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