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그녀는 결국 밑천도 못 찾는 노릇을 하고 말았다.
“저 줄곧 잘해왔는데요? 그때는 누군가가 농약을 담은 그릇을 씻어서 찬장에 넣어둔 바람에 가족들이 설사를 앓고 저도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요. 그 뒤로 가족들은 더는 제게 밥하는 걸 안 시켰고요.”
소은비는 맑은 눈동자를 깜빡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사실 저는 요리 하는 걸 엄청 좋아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일부러 요리 레시피를 사서 외우기까지 했어요. 오늘 한 갈비찜도 바로 레시피대로 한 거예요.”
소은비는 일부러 더 달콤하게 속삭이며 상큼한 얼굴로 그에게 다시 한번 되물었다.
“맛있었나요? 단장님?”
송민철 부부는 맛있다고 감탄을 연발했고 민준혁도 먹으면서 그녀의 요리 솜씨를 인정했다. 소은비는 이젠 소은혜가 제 발등을 제가 찍는 꼴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민준혁을 송민철의 집까지 보냈으니 지금쯤 민씨 저택은 발칵 뒤집혔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소녀의 속삭임과 부드러운 눈빛에 민준혁은 목이 바짝 말라서 잠긴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응.”
하지만 말투는 여전히 엄숙할 따름이었다.
“왜 여기서 가정부를 하는 거야?”
그녀가 정말 요리를 잘할 거라곤 예상치 못한 민준혁이었다. 그는 또 한 번 소은비를 오해했다.
“제 성적이 얼마나 처참한지는 준혁 씨도 알잖아요. 그럼에도 아저씨는 저를 진안으로 전학시켜서 학교 다니게 해주셨어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일이니 더는 아저씨랑 준혁 씨한테 폐 끼치고 싶지 않았어요. 마침 아줌마가 송민철 아저씨네 집에 가정부가 수요된다고 해서 이리로 온 거예요.”
“저희 부모님도 친척들한테 돈을 적잖게 빌렸을 텐데 부모님들 부담을 덜어주고 스스로 학비를 벌고 싶었어요.”
소은비는 담담한 표정으로 솔직하게 제 생각을 털어놨다.
전당 마을 입구에서 김민숙에게 했던 말과는 내용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소은비는 그때 분명 3개월 이내에 남자친구를 찾겠다고 김민숙에게 다짐했었다.
민준혁은 미간을 구기고 짙은 눈길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거짓말하는 흔적이라도 찾아보려 했지만 해맑은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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