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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잡이여우 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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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둘째 삼촌, 오랜만이에요, 보고 싶었어요.” 학교 문 앞에서 진태평의 품에 안겨 울고 있는 진송의 창백한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송이야, 나야, 내가 둘째 삼촌이야... 음?” 그러나 진태평이 진송을 번쩍 안았을 때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어머니 유옥화의 말에 따르면 송이는 백혈병에 걸려 여러 차례 화학 치료를 받았는데 진태평은 어쩐지 송이의 체내에 독소가 있는 거로 보였다. ‘어찌 된 일이지?’ “둘째 삼촌, 이번에 돌아오시면 안 가실 거죠?” 송이는 진태평의 목을 꼭 끌어안고 억울한 눈물을 흘렸다. 진태평이 감옥에 갈 때 송이는 세살이 채 안 되었지만 이미 일을 조금씩 기억하고 있었고 또 진태평과 사이가 가장 좋았는데 지금 다시 만나게 되어 내심 기뻐했다. “안 가. 이젠 안 가. 앞으로 둘째 삼촌이 있으니 누구도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 진태평은 고개를 돌려 눈시울이 붉어진 담임 선생님께 말했다. “오후에 송이가 휴가 내도 될까요?” “네. 그럼요.” 소시아는 당연히 동의했다.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비록 금방 아이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지만 위층에 있는 원장 사무실에서 나는 소리를 다 들었고 또 복도에 줄지어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동생’들도 보았다. 깡패 두목도 무릎을 꿇게 할 수 있는 인물에게 자신이 미움을 살 수 있을까? 게다가 진송은 비록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했고 예의가 바른 학생이었다. 선생님으로서 이런 학생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진송은 선생님을 향해 손을 내저으며 진태평을 끌고 갔다. 진송의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을 우려한 진태평은 물건을 함부로 사지 못하고 택시를 잡아 서원 별장에 돌아왔다. 두 사람이 집에 와 보니 아버지 진혁재도 있었다. “아버지...” 진태평은 입을 열었지만 목구멍에 뭐가 막힌 것처럼 소리가 나지 않았다. 50여 세밖에 안 되었지만 몸이 야위었고 머리가 백발이 된 아버지가 오른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지팡이를 짚고 있어 보는 아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돌아왔으면 됐어, 돌아왔으니 다행이야.” 진혁재도 눈물을 글썽이며 진태평의 팔을 연신 다독였다. “밥 먹자. 오늘은 태평이가 돌아왔으니 맛있는 거 만들어야지.” 유옥자가 반찬을 들고 나왔다. 네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았지만 어머니가 말씀하신 ‘맛있는 것’은 단지 반찬 2개와 국 하나였다. 고기볶음, 야채볶음, 그리고 기름이 없는 두붓국뿐이었다. 진태평은 순간 울컥했다. “네 엄마가 말하던데 취직하러 갔다고?” 진혁재가 아들을 쳐다보았다. “네.” 진태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일자리를 찾을 필요가 있겠어?’ 그가 원한다면, 목숨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이 두 손으로 재물을 바쳐 그의 치료를 받고 살기를 원할 것이다. 진태평은 일자리를 찾는 대신 유단비를 찾아 직접 물어보는 것이 급선무였다. ‘어떻게 임신했고 지난 3년 동안 진씨 가문을 어떻게 대한 거야?’ “알맞은 것이 없었어요. 천천히 찾아볼게요.” 반찬은 여전히 어머니의 손맛이 담겨있지만 기분 때문인지 쓰라린 맛이 좀 더 강했다. “오후에는 집에서 푹 쉬고 저녁에 나와 함께 큰아버지를 뵈러 가자.” 진혁재는 밥을 먹으면서 말했다. “네가 집에 없는 3년 동안 큰아버지가 많이 도와주셨어. 송이가 병이 난 후 1600만 원을 빌려줬어.” “이 은혜는 꼭 갚아야지. 우리가 지금 갚지 못하지만 예의는 지켜야 해.” “게다가 네 사촌 누나도 지금 잘나가고 있어. 무슨 업무를 하고 있는데 한 달에 꽤 많이 버는 모양이야. 명문대를 졸업했고 인맥도 있으니 너에게 일자리를 찾아 줄 수 있는지도 물어봐.” 이에 진혁재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그릇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태평아, 넌 지금 평판이 별로 좋지 않은데 일자리를 찾아 돈을 모으지 않으면 나중에 어떻게 장가갈 수 있겠니?” “그래, 태평아, 아버지 말씀이 일리가 있어. 지나간 일은 거론하지 말고 앞날을 봐야 해.” 진태평은 코가 시큰해지며 마음이 더욱 쓰라렸다. ‘내가 애초에 왜 눈이 멀어 유단비와 함께 하려고 했지?’ “그래요, 저녁에 큰아버지 뵈러 가요.” 식사는 평범했지만 진태평 일가족은 즐겁게 먹었다. 세심한 진태평은 부모님이 접시에 담긴 고기를 한 입도 먹지 않고 모두 자신과 송이에 집어주었음을 발견했다. 진태평은 식구들이 잘살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식사 후 진혁재는 지팡이를 짚고 노점하러 갔고 진태평은 어머니를 도와 설거지를 한 다음 송이와 마당에서 놀았다. 송이와 놀면서 진태평은 한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송이는 백혈병이 아니라 혈매독이라는 극히 드문 독종에 중독되었다. ‘누가 한 짓일까? 왜 6, 7살짜리 아이한테 이런 잔인한 짓을 한 거야?’ “똑똑... 똑똑똑...” 진태평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세요? 사채업자인가요?” 문소리를 듣자 유옥자는 사시나무처럼 떨었고 두 눈은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태평아, 빨리 송이를 데리고 침대 밑에 숨어. 저자들은 감히 이 늙은이를 어떻게 할 수 없어. 빨리, 빨리 방으로 들어가.” 품 안에 안긴 송이도 조건반사적으로 품속에 파고들었다. 마음이 아픈 반면 진태평은 가슴을 졸였다. ‘부모님께서는 이 3년 동안 어떻게 살아오셨을까?’ “여보세요, 진태평 씨 집에 계십니까?” 이때 밖에서 아름다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마치 꾀꼬리가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진태평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목소리는 아주 익숙해.’ “뭐지?” 멍해진 유옥자는 고개를 돌려 진태평을 바라보았다. 그 목소리는 매우 귀에 익었다. ‘삐걱’하는 소리와 함께 밖에는 몸매가 날씬하고 멋있게 차려입은 미녀가 서 있었는데 그녀를 본 유옥자는 깜짝 놀랐다. “안녕하세요.” 여자는 유옥자에게 인사를 하고는 마당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태평아, 널 찾아왔어.” 유옥자는 진태평을 향해 소리친 후 서둘러 사람을 집안으로 안내했다. “송이야, 예쁜 누나에게 물을 따라 줘.” “네.” 사채업자가 아닌 것을 보자 유옥자와 진송은 잠시 긴장이 풀렸고 아름다운 여자가 진태평을 찾아오자 안심이 되어 기뻐했다. “예쁜 누나, 차 드세요.” 송이는 물을 따라주었다. “고마워, 기특하구나.” 따뜻한 물 한 잔 받았을 뿐인데 느낌이 달랐다. “별말씀을요.” 송이는 고개를 쳐들고 물었다. “예쁜 누나,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무슨 질문인데? 해봐.” “혹시 둘째 삼촌의 여자친구세요?” “아...” 여자는 얼굴을 붉히며 어리둥절했다. “허허, 어린애가 함부로 지껄여대는 거니 신경 쓰지 마세요.” 진태평은 목청을 가다듬고 물었다. “강유이 씨,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어요?” 눈앞의 여자는 바로 몇 시간 전에 만난 강유이였다. 진태평은 그녀의 의도를 짐작했지만 뜻밖에도 큰조카가 불쑥 한마디를 해서 무안해졌다. “진태평 씨, 저는 당연히 감사를 드리러 왔어요. 그리고 제가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데 시간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강유이가 식사를 요청했다. “시간이 있어요. 둘째 삼촌이 지금 한가하니깐 빨리 데리고 가세요. 지금 일자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여자친구도 없어요.” 진태평이 입을 열기도 전에 당찬 꼬마가 진태평을 대문 밖으로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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