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장

“말도 안 돼! 생각하지도 말아야 해요.” 안이서는 이 일만 언급하면 화가 났다. “그럴 체면이 없어요. 언니는 시댁에서 수년간 핍박에 시달리며 고개를 들지 못했어요. 그 돈으로 안재준에게 차를 사 준 후 안재준이 일으킨 골칫거리는 셀 수 없이 많았어요.” 한마디로 연준호가 이 돈을 준다면 여전히 안이서를 팔아넘긴 셈이다. 게다가 소현정은 그녀의 친어머니가 아니니 연준호에게 돈을 달라고 할 자격도 없었다. 안이서는 엄마가 살아있다면 연씨 가문과 양씨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딸들이 잘 지내길 바랄 뿐 절대 딸을 곤경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연준호 씨, 돈이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예요.” 안이서는 연준호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연준호 씨가... 저를 싫어하지 않으면 제가 연준호 씨를 잘 지키며 그 사람들이 귀찮게 하지 않을 거예요.” 자신을 지켜주겠다고 진지하게 말하는 안이서의 모습을 보면서 연준호는 속으로 알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올랐다. 사실 연준호는 안이서와 이혼할 생각은 없었는데 방금 할아버지께 그렇게 말씀드린 것은 할아버지가 너무 서두르시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아이의 일은 순리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안이서의 친정 식구들의 일에 관해서는 오늘 밤 이 자리를 빌려 안이서에게 확실히 물어보려고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연준호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고 미리 대책을 세워야 했으니 말이다. 안이서의 태도가 이렇게 단호하고 그사이의 관계를 이해했으니 그는 안심하고 대담하게 그쪽에 손을 대도 된다. 두 사람은 피곤한 나머지 각자 방으로 돌아가 씻고 휴식을 취했다. 연준호는 샤워하고 나오자마자 허연우에게 문자를 보내 손을 쓸 준비 하라고 했다. 이튿날 아침, 안이서는 백지효와 함께 가게에서 아침을 먹은 후 젖병을 들고 언니 집으로 갔다. 안이서는 언니를 자주 만나러 가기 때문에 미리 전화로 알리는 습관이 없었다. 언니네 집 근처에서 과일도 사고 하율에게 줄 장난감도 산 안이서는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