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유지아는 아무 말하지 않고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이송미는 입맛이 없어 몇 입만 먹고 진작에 수저를 내려놓았다.
유지아가 굶어 죽은 귀신처럼 음식을 남기지도 않고 모두 다 먹은 걸 본 이송미는 아주 싫증 내며 말했다.
"그러다 체해 죽겠어."
"할머니, 지아가 산에서 이렇게 좋은 음식을 못 먹어서 처음 먹는 거라 조절을 못 하고 많이 먹는 걸 거예요. 저녁에 산책하러 가서 소화하면 돼요."
이자연이 말했다.
듣기에는 유지아를 위해 한 말 같지만 곱씹어보면 유지아가 산에서 나온 사람이라 체면을 많이 깎는다는 뜻이었다.
이건우는 예쁜 얼굴에 대한 호감이 또 사라졌고 역겨워하는 표정으로 유지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학교 일은 그렇게 해."
그러고는 서재에 가려고 일어섰다.
유지아는 마지막 한 입까지 다 먹고 수저를 내려놓고는 냅킨으로 우아하게 입을 닦으며 말했다.
"전 음식을 낭비하는 습관이 없어요."
이건우는 멈칫했다.
이씨 가문 회사가 졸부로 시작한 회사였기에 운영은 잘되지 않았다.
회사가 계속 적자였고 겨우 이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 경쟁력이 심해졌고 이윤이 적어졌다.
돈을 벌기가 쉽지 않았기에 이건우가 가족들한테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고, 낭비하면 안 된다고 많이 말했었다.
'지금 우리가 낭비한 거야?'
"좋은 습관이네."
이자연은 환하게 웃어 보였지만 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계속 해, 계속 연기해 봐! 언제까지 연기 하나 볼게!'
유지아는 이자연의 비웃음을 무시하고 일어서 말했다.
"학교는 캐빈에 갈 겁니다. 안배해 주지 않으셔도 돼요."
그러고는 돌아서 객실로 향했다.
"너 사람 말 못 알아 들어?!"
이건우는 유지아의 뒷모습을 보며 화냈다.
"아빠, 화내지 마세요, 지아가 나랑 같은 학교 다니고 싶나 보죠."
이자연이 위로하며 말했다.
"자기 주제도 모르는 년. 네가 캐빈에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는 줄 알아? 산구석 그 성적으로 캐빈 입학시험이나 건널 수 있겠어? 지금 일부러 이씨 가문 체면 깎으려고 그러는 거야?"
이건우는 분노에 차서 욕했다.
"하지만 지아가 해보지 않고 어떻게 진짜 안 되는지 알아요?"
이자연은 아주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는데 마치 정말 유지아를 위해 말하는 듯했다.
"자연이 말이 맞아. 해보지 않고서 자기가 얼마나 쓰레기인지 어떻게 알겠어."
이송미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캐빈에 가고 싶다면 캐빈에 보내줘요. 다른 사람이 보기에 입양한 딸이지만 그래도 공평하게 대하고 모두 만족시켜 줘야 해요. 캐빈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쟤한테 달린 거예요."
그 말을 들은 이건우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유지아가 캐빈에 들어가지 못해 일이 들통나면 이씨 가문에서 유지아가 산구석에서 온 것도 너그럽게 받아주었고 학교도 제일 좋은 곳을 원해서 보내주었지만 능력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다시 B 시 고등학교에 보냈다고 할 수 있었다.
"역시 우리 지아가 착하고 마음이 너그러워."
이건우는 뿌듯해하며 이자연의 어깨를 다독였다.
"고씨 가문한테 잘 보이고 있어. 네가 시집갈 때면 내가 혼수 많이 준비해 줄게, 아주 성대하게 시집가게 해줄게."
"고마워요 아빠."
이자연이 달콤하게 말했다.
유지아는 유지아가 묵은 객실문을 보며 속으로 비웃음 쳤다.
'친딸이면 뭐해, 지금은 내가 이씨 가문 친딸인데!"
-
유지아는 객실로 돌아와서 카톡을 열고 "육 귀찮음"을 검색했다.
육은철, 캐빈 국제학원 원장이었다. 육 귀찮음은 유지아가 그를 귀찮다고 여겨 지어준 이름이었다.
클릭하자 채팅창에는 "육 귀찮음"과 함께 그 뒤에는 방해받지 않는 메시지 표시가 떠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 기록을 위로 올려 2년 전으로 돌아갔다.
육 귀찮음:[지아야, 산속에는 자원이 제한되어 있으니까 다른 학교 바꾸지 않을래? 캐빈 국제 학원은 어때?]
유지아:[거절할게요.]
육 귀찮음:[이유가 뭔지 말해줄 수 있어? 우리 캐빈 국제학원 자원이 별로야? 아니면?]
유지아:[아무 이유도 없어요, 거짓말하기도 귀찮고요.]
육 귀찮음:[억울해.]
3개월 뒤.
육 귀찮음:[지아야, 곧 개학인데 캐빈 국제학원 오지 않을래?]
육 귀찮음:[아직 고민 중이면 내가 내일 다시 물어볼 게.]
이튿날.
육 귀찮음:[지아야, 곧 개학인데 진지하게 캐빈 국제학원 생각해 보지 않을래?]
육 귀찮음:[생각 안 해보면 내가 이틀 뒤에 다시 물어볼게.]
...
이런 초대하는 말이 2년 동안 지속되었다.
유지아는 야들한 손을 움직이고는 상대한테 한 글자를 보냈다.
[네.]
문자를 보내자마자 상대방이 바로 답장했다.
육 귀찮음:[잘 됐어! 2년이나 기다린 보람이 있어. 네가 드디어 동의했네, 개학하는 날, 내가 차 보내줄게!]
육 귀찮음:[아니다, 아니야. 내가 직접 데리러 갈게!]